롯데·현대百그룹 지주사 전환…신세계만 남았다

롯데그룹에 이어 현대백화점그룹도 지주사 전환에 나서면서 유통 대기업 3사 가운데 신세계그룹의 지주체제 전환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낮은 편이다. 지주사 전환 시 그룹 지배력을 더욱 높일 수 있고 금산분리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다만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의 분리 경영 체제를 갖춘 데다 지분 구조도 단순해서 지주사 전환의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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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나이스신용평가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를 두 축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이마트 아래 소매유통과 식품·건설·호텔 등을 거느리고, 신세계는 백화점·면세점과 패션 관련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2011년 신세계로부터 대형마트 부문을 인적분할한 후 정 부회장이 이마트, 정 총괄사장이 백화점을 각각 챙기는 구도가 형성됐다.

2016년에 남매가 각자 보유한 이마트·신세계 지분을 맞교환하며 분리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이후 계열사 간 영업양수도와 2020년 이명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이마트·신세계 지분을 남매에 증여하면서 확실한 분리 경영 체계를 구축했다.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이마트·신세계 지분 18.56%씩을 보유, 계열 전반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지주사 전환에 나선다면 이마트와 신세계 각각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나눈 뒤 투자부문을 새로운 지주사를 만들면 된다. 남매 일가는 보유한 사업부문 주식을 투자부문과 교환하면 지주회사 지분을 늘릴 수 있다. 이는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두 축으로 해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것과 유사하다.

신세계그룹은 금융 계열사도 보유하고 있지 않아 금산분리 규제에서 자유롭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금융 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 롯데는 2017년 롯데지주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사를 매각했다. 또 지주사 전환 시 현물출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을 이연해 주는 특례도 내년 말까지로 연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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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명희 회장, 정유경 총괄사장

다만 신세계그룹이 과세 특례를 받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서두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데다 다른 대기업과 달리 순환출자 없이 지분 구조도 단순하다. 경영권 승계에도 문제가 없는 만큼 지주사 전환보다는 당분간 분리경영 형태의 지금 지배구조를 유지할 공산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SSG닷컴 문제도 있다. SSG닷컴은 이마트가 45.6%, 신세계가 24.4% 지분을 갖고 있다. 양사 모두 지분관계를 맺은 곳은 SSG닷컴과 신세계의정부역사 두 곳이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지주사로 전환하면 한 곳은 SSG닷컴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지주사는 자회사가 아닌 회사 지분은 5% 이상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SSG닷컴은 올해로 예정한 기업공개(IPO)가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여서 당분간 지분 정리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현재 지주사 전환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