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코리아 미래기술 40]마이크로바이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로, 사람 몸 속에 존재하는 수십 조개의 미생물과 그 유전자를 의미한다. 매체에 따라 인체·동물·식물·환경·해양 마이크로바이옴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 몸체 안팎에서 서식하고 있는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 전체를 뜻한다. '제2의 장기', '인간의 두 번째 유전체'로 불릴 만큼 바이오 분야에서 각광 받고 있다. 수십조 개의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중 건강에 도움이 되는 종류를 선별하고, 이를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내성, 만성질환과 난치성 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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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구글 벤처스 설립자 빌 마리스는 “마이크로바이옴은 헬스케어의 가장 큰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 빌 게이츠 역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치매 치료제와 면역항암제와 함께 세계를 바꾸게 될 세 가지 중 하나로 꼽았다. 우리 정부도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산업 육성을 위해 1조2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데 이어 내년 신규 사업으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차세대 치료 원천기술 개발사업'을 편성하고 5년간 470억원 투자에 나선 상태다.

이는 인간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미생물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인체에 존재하는 미생물 수는 인간 세포의 2배 이상, 미생물들의 유전자 총합은 인간 유전자 개수의 100배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히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으로 부르기도 할 만큼 여러 부위 중 장 안에 가장 많고 다양한 미생물이 서식한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장 질환뿐만 아니라 아토피 등 피부 질환과 비만·당뇨와 같은 대사 질환, 우울증 등 정신 질환과 노화 등 다양한 질병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유익균 증식을 도와주는 '프리바이오틱스'와 유해균을 억제하는 '콘트라바이오틱스'를 활용한 치료제를 비롯해 항생제, 분변 미생물 이식술(FMT) 등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진단 분야에선 질병이 있는 사람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건강한 사람에 비해 불균형하며 질환별 구성이 다르다는 점에서 착안해 다양한 바이오마커(biomarker)로 쓰일 전망이다.

현재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없지만, 글로벌 기업이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국내에선 고바이오랩과 지놈앤컴퍼니 등이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고바이오랩은 피부 질환, 염증성 장질환, 면역항암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치료제를, 지놈앤컴퍼니는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