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경 칼럼] 배터리, 이미 중국은 우리나라를 앞서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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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경 이엔플러스 부사장

강태경 이엔플러스 신소재사업본부 부사장

중국 출장을 다니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모습은 거리를 돌아다니는 택시였다. 중국의 택시들은 어느 순간 모두 전기차로 바뀌어 있었다.

중국 택시 시장에서 전기차가 빠른 속도로 대중화될 수 있었던 비결은 ‘편의성’이 아닐까 싶다. 중국의 택시기사들은 충전소에서 배터리 충전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 2~3분이면 배터리를 간편하게 갈아 끼울 수 있다. 운전을 하다 배터리 전력이 소진되면 교체소에 가서 사용하던 배터리를 반납하고 완충된 배터리로 바꾸는 것이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교체식 배터리 시장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 한창 중국 출장을 다녔던 2018~2019년 당시, 중국은 이미 전기차 인프라를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게다가 중국은 택시뿐 아니라 승용차, 스쿠터 등도 배터리를 간편하게 교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호텔에서도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을 정도로 교체소의 접근성이 뛰어났다.

교체식 배터리는 핀테크와 결합해 결제 편의성도 갖췄다. 삼성페이나 카카오페이와 비슷한 간편결제 서비스 위챗페이로 대여 비용을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당연히 급속충전보다 교체식 배터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반면, 반면, 국내에선 교체식 배터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해양수산부가 인천항만공사와 약 350억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한국형 자율주행 화물운송시스템' 개발 실증과제의 ’전기구동 자율주행 트랙터인 야드트랙터가 교체식 배터리를 사용하는 정도다.

야드트랙터는 항구나 항만에서 컨테이너를 이동·운송하는 데 필요한 대형 차량으로 이엔플러스는 해당 과제에서 정부로부터 연구개발비 약 101억원을 지원받는다. ▲전기구동 항만 야드트랙터 설계 및 개발 ▲80kW급 전원 공급장치 개발 ▲전기구동 배터리팩 설계 및 개발 ▲WAVE 통신 기반 V2X 통신 모뎀 설계 등 자율협력주행 화물이송장비 개발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업을 담당한다.

우리나라의 전기차 보급이 더딘 사이 중국의 전기차는 저만큼 앞서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술 수준에서도 점차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다. 그동안 배터리 소재는 니켈, 코발트, 망간이 주축인 삼원계가 주류를 이뤘는데, 최근 들어선 저렴하고 안전성이 높은 인산철이 급부상하고 있다. 인산철은 에너지밀도가 낮은 탓에 주행거리가 짧은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최근 이러한 약점이 보완되면서 삼원계 수준의 주행거리가 가능해진 덕분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삼원계에 집중하면서 LFP 배터리를 등한시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삼원계 관련 특허는 1만 건이 넘는 반면, LFP 관련 특허는 270건 수준에 그칠 정도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LFP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고 있긴 하지만, 인산철에 ‘올인’한 중국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중국은 미래 산업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어차피 2등밖에 못할 거라면 아예 미래산업에 투자해 1등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유선전화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면서 화웨이와 샤오미라는 기업을 키워냈다. TV 시장에선 브라운관(CRT) 대신 곧바로 LCD로 건너뛰면서 저가 공세를 펼친 끝에 한국의 디스플레이 업체들을 제치고 LCD 1등 자리를 차지했다. 카드 대신 ‘페이’ 산업을 키우며 투자한 덕분에 중국은 디지털 간편결제 시장 1위다.

중국은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에서 발빠르게 전기차로 넘어가 대중화에 공을 들이고 있고, 배터리 소재도 기존의 삼원계보다는 인산철에 주력한다.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를 앞서나가고 있다. 우리나라가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고,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선 보다 공격적인 전략이 필요한 때다.

필자소개 : 강태경 부사장은 그래핀 등 소재R&D 분야의 전문가로, 도전재 솔루션과 방열 소재를 만드는 이엔플러스 신소재사업본부 부사장으로 재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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