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위기를 기회로' 정의선 리더십 빛났다…글로벌 빅3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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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판도를 뒤바꿀 '게임 체인저'이자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자.”

정의선 회장 취임 3년차를 맞은 현대차그룹이 올해 상반기 판매량 기준 사상 처음으로 세계 3위 완성차그룹으로 올라섰다. 2000년 그룹 출범 당시 10위권에 머물던 현대차는 2010년 5위로 올라선 후 다시 12년 만에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자동차를 파는 회사가 됐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특유의 저력과 선도자 전략으로 선제 대응에 나선 정 회장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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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악의 반도체 수급난을 오히려 기회로

현대차그룹은 올해 1~6월 세계 시장에서 329만9000대를 판매했다. 토요타그룹(513만8000대)과 폭스바겐그룹(400만6000대)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314만대), 스텔란티스(301만9000대), 제너럴모터스(284만9000대) 등 굵직한 세계 주요 완성차 그룹을 모두 앞섰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인한 생산 차질로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 판매량이 일제히 감소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빅3 진입이라는 성과를 냈다. 현대차그룹 역시 올해 상반기 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1% 줄었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 공급망을 유지한 결과다. 다른 그룹의 판매 감소 폭은 토요타 6%, 폭스바겐 14%, 스텔란티스 16%, 르노-닛산-미쓰비시 17.3%, GM 18.6%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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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양재 사옥 전경.

현대차그룹의 빅3 등극은 이변이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자동차 산업은 초대형 인수합병(M&A)이 일어나지 않는 한 상위권 순위 변동이 제한적이다. 업계에선 반도체 수급난과 전동화 전환 등 전례 없는 산업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는 현대차그룹의 저력이 발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고가 바닥난 최악의 상황에서 직접 국내외 협력업체를 찾아다니며 부품을 수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이 제한된 상황에서 제네시스와 아이오닉5 등을 앞세워 고급차와 전기차 시장 우위를 지켜낸 점도 순위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제네시스는 올 상반기 2만5668대를 판매하며 반기 기준 최다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도 아이오닉5와 EV6를 1만대 이상씩 판매하며 테슬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하반기에도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기준으로 빅3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외 백오더(주문 대기) 물량이 200만대 이상 쌓여있는 데다 경쟁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생산 차질을 줄이며 선방하고 있어서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시대로 이동하는 자동차산업 전환기 빅3에 오르면서 정 회장의 리더십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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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

◇과감한 승부사, 올해만 76조 투자 발표

정 회장은 과감한 결단력을 지닌 '승부사'로 불린다. 2020년 10월 총수에 오른 후 그는 특유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가장 보수적인 회사로 알려진 현대차에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일으켰다. 정 회장은 '퍼스트 무버' 전략을 강조해왔다. '패스트 팔로워'로 성장했던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미래차 시장 판을 바꾸는 선도자로 도약하자고 독려했다.

파격 투자 발표는 올해도 계속됐다. 올해 들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와 모빌리티 등 신사업에 76조원에 달하는 국내외 대규모 투자 계획을 연달아 발표했다. 올해 5월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3사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3년여간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에도 전기차 공장 설립 등에 13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밝혔다. 그룹의 미래 사업 허브로 한국과 미국을 지목해 집중 투자를 펼친다.

국내 주요 투자 분야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전동화와 친환경 사업, 로보틱스 등 신기술과 신사업이다. 내연기관차 등 기존 사업 상품성과 서비스 품질 향상도 꾀한다. 투자 계획에 부품, 철강, 건설 등 그룹 내 다른 계열사까지 합하면 전체 중장기 투자액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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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4월 뉴스위크 올해의 비저너리 수상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전동화와 친환경 사업 고도화에는 16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전기차를 비롯해 수소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할 방침이다. 세부 투자 분야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과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개발,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 승용·버스·트럭 등 수소 신제품과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 등이다.

로보틱스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기술 개발과 신사업 추진에는 8조9000억원을 투자한다. 완성차를 넘어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내연기관차 상품성 개선과 고객 서비스 향상 분야에도 38조원을 배정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기간인 5월 21일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설립과 로보틱스·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인공지능(AI) 등 모빌리티 분야에 총 105억달러(약 13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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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7월 워렌 이스트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AAM 기체 개발 업무협약을 맺었다.

◇로보틱스·자율주행 경쟁력 확보 총력

정 회장은 대규모 투자금을 바탕으로 전기차와 함께 로보틱스, 자율주행을 실현할 모빌리티 사업 로드맵을 구체화한다. 이달 12일 발표한 미국과 국내 연구개발 센터는 이러한 전략 일환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과 국내에 각각 로봇 인공지능(AI) 연구소와 글로벌 소프트웨어(SW) 센터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먼저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AI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케임브리지에 로봇 AI 연구소를 설립한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개사는 연구소에 총 4억2400만달러(약 5671억원)를 출자한다.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도 연구소 소수 지분에 투자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창업자이자 전 회장인 마크 레이버트가 연구소 최고경영자(CEO) 겸 연구소장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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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다이내믹스 로봇 개 스팟.

2020년 444억달러 수준의 세계 로봇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32%를 기록하며 1772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로봇 AI 연구소는 차세대 로봇 근간이 될 원천 기술 확보를 추진한다. 운동지능, 인지기능 등 로봇 기술력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외부 수집한 데이터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 로봇 제어 한계에 도전한다.

현대차그룹은 SW 역량 개발을 주도할 글로벌 SW 센터를 국내에 세운다. SW 기반 차량(SDV) 개발 체계로의 조기 전환이 목표다. 글로벌 SW 센터 구축의 일환으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모빌리티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도 인수한다. 글로벌 SW 센터를 구심점으로 그룹 내 소프트웨어 역량을 신속하게 결집해 SDV 개발체계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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