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파업 쟁의권 확보에 나섰다. 사측은 8년째 적자가 누적되는 등 경영난 속에 벌어진 노조 움직임에 난감한 상황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16∼17일 이틀간 전체 조합원 7400여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찬성률이 절반을 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노동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쟁의권을 갖는다.
노조는 올해 협상에서 월 기본급 14만2300원 정액 인상과 통상임금의 400% 성과급(1694만원 상당) 지급 등을 요구했다. 요구안은 부평 1·2공장과 창원공장 등 공장별 발전 방안과 후생 복지·수당 등을 담았다. 11월 이후 가동을 멈추는 부평2공장과 관련해 전기차 생산 유치를 위한 협상도 추진 중이다.
투표가 가결되면 한국지엠 노조는 쟁의권을 교섭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작년 임금협상 과정에서 하루 동안 전반조와 후반조로 나눠 2시간씩 파업하고 잔업과 특근 등을 거부했다. 2020년 협상에서도 15일간 부분파업을 했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6월 2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단협 교섭을 시작했다. 그동안 회사는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시기”라며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했으나, 노조는 “이제는 조합원들에게 되돌려줘야 한다”면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회사는 8년째 적자가 누적된 상황에서 올해 부품 공급난 등 생산 차질이 빚어지는 등 경영난으로 노조 요구에 난색을 보인다. 한국지엠 지난해 영업손실은 3760억원으로 2020년(3168억원)보다 손실 규모가 커졌다. 매출도 2020년 8조4975억원에서 지난해 6조9738억원으로 1조5000억원가량 감소했다.
이미 파업권을 얻은 르노코리아차의 올해 임단협도 순탄치 않다. 노조는 지난달 25일 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사는 올해 최대 쟁점인 다년 합의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3년간 기본급 인상을 임단협에 반영하자며 다년 합의를 제시했다.
르노코리아차가 다년 합의를 제시한 것은 불필요한 노사 갈등과 소모를 줄이고 신차의 안정적 생산과 공급을 위해서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와 교섭할 수 있는 권리인 단체교섭권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르노코리아차는 지난해 영업손실 80억6000여만원을 기록했다. 2020년 796억7000여만원보다 716억원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 상태다. 앞서 노조는 2020년 임단협 교섭을 1년 넘게 끌어오면서 작년 한 해 205시간의 파업을 강행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