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4 자율주행 뒤처진 韓…R&D 투자·제도 정비 시급

美·中 투자 확대…기술력 앞서가
상용화위해 정부·기업 협업 필수

자동차 업계가 고도화된 레벨4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려면 적극적 연구개발(R&D) 투자와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선진국에 비해 미흡한 주행 데이터 축적을 위해 규제 완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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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암 자율주행차 시범운행 지구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탑재한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전자신문 DB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협회(KAIA) 회장은 9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제29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조건부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3 차량(제네시스 G90) 판매를 준비하는 것은 고무적이나, 고도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4는 선두 주자인 미국과 중국보다 기술력이 뒤처진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정 회장은 “미국은 제너럴모터스(GM) 크루즈가 지난 6월 캘리포니아주에서 무인 택시 사업 면허를 취득했고, 중국은 지난달 2023년 생산 계획인 레벨4 자율주행 양산차를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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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기 자동차산업연협회(KAIA) 회장이 제29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국내 업체 움직임은 더딘 편이다. 현대차는 지난 6월에야 강남구 일대에서 자율주행차 시범서비스를 시작했고 다른 기업의 시범사업은 정해진 노선을 주행하는 노선형에 그쳤다. 정 회장은 “선도 국가들과 격차 축소를 위한 R&D 확대와 주행 데이터 축적을 위한 규제 완화나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과 중국의 자율주행차 업체들은 각각 70억달러(약 9조2000억원),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 규모 투자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정부 투자가 2027년까지 1조1000억원, 현대차 등 기업 투자가 2025년까지 1조6000억원 수준이다. 2025년 레벨4 대중교통 상용화와 2027년 레벨4 상용화 달성을 위해 민·관 투자 확대 등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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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 자율주행차 로보라이드가 서울 강남 도로를 달리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민간이 자유롭게 자율주행 기술을 실증하고 교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범운행 지구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신현성 국토교통부 주무관은 “한국은 레벨3 자율주행차 안전기준을 세계 최초로 제정하는 등 레벨3 자율주행차 출시에 필요한 법·제도를 선제적으로 준비했다”면서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해 레벨4 자율주행차 성능인증제도를 조속히 마련하고 통신·정밀 도로지도 등 인프라도 적극적으로 확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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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업은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더 많은 투자는 물론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이지 현대모비스 책임연구원은 “2027년 레벨4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임시 운행을 넘어 실질적 상용화와 시장 형성을 위해 안전기준 등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윤리 이슈와 외부 보행자 보호, 데이터 활용, 개인정보보호 등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방안 등에 대한 검토도 주문했다.

신재곤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사업단장은 “레벨4 자율주행차 1대를 제작하려면 3억원 이상이 필요하지만 자율주행 택시 시범사업 이용 금액은 1000∼2000원 수준으로 수익 창출이 어려워 투자금에만 의존해야 한다”면서 “수익 창출 모델 구축과 함께 정부와 민간의 투자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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