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코로나19와 금융디지털 혁신

대학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돌아보면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첫 학기는 대혼란이었다. 온라인 수업을 위한 제반 시설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나마 있는 시설이나 화상회의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는 것도 경험이 없는 교수와 학생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세상일이 다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온라인 수업에 대한 논의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있어왔다. 학교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과 같이 정보기술(IT)을 활용한 강의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했다. 급속한 기술 변화를 강의 현장 참여자가 수용하기에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는 대학이 디지털 혁신을 수용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교수는 자신의 강의를 녹화해 디지털 콘텐츠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강요된 변화가 자발적 변화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디지털 콘텐츠로 전환된 강의를 학생이 온라인으로 사전에 수강하고, 대면 수업에서 질문과 토론을 주고받는 플립러닝의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강의 현장에서 더디게 진행되던 디지털 혁신이 코로나19로 가속력을 얻은 셈이다.

디지털 혁신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이후다. 유선으로 연결되던 인터넷에서 벗어나 모바일 기기를 활용하여 무선으로 모든 디지털 기기가 연결되는 초연결 시대가 열렸다. 여기에 디지털화된 정보가 빅데이터로 축적되고 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고 활용하게 되면서 디지털 혁신 환경은 더욱 성숙해졌다.

디지털 기술의 성숙이 디지털 혁신의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술적 충격이 사회적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이 초래하는 물질적 변화에 더해 제도적, 문화적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지난해 금융 부문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는 마이데이터는 제도적 변화가 데이터 혁신을 어떻게 뒷받침하고 촉진시키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금융 데이터는 데이터 혁신에 재료가 되는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는 동시에 상당한 보안이 요구되는 개인정보이기도 하다. 마이데이터는 금융기관이 보관하고 있지만 개인이 가지는 금융데이터의 법적 권리를 분명히 함으로써 금융 산업 데이터 혁신의 제도적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앞으로 데이터 혁신을 위한 제도적 변화는 금융 정보가 소비 정보, 위치 정보 등과 연계되어 더 높은 수준의 데이터 혁신을 이루는 방향으로 진전되어야 할 것이다.

데이터 혁신을 위한 문화적 변화는 제도적 변화보다도 더 어려운 과제이다. 금융 부문에서의 데이터 혁신은 은행의 인터넷 뱅킹 사례에서 나타난 것처럼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디지털 기기의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 씬파일러(thin filer)라고 불리는 MZ세대, 영업활동의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 등 금융소외 계층의 증가도 초래됐다. 금융업계에서 디지털 혁신은 중요한 과제이지만, 디지털 혁신이 빅데이터나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적 진보에만 초점을 둔다면 금융소외 계층을 중심으로 한 문화적 저항에 부딪혀 온전한 혁신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새마을금고을 비롯한 상호금융기관이 디지털 혁신과 함께 포용금융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코로나19는 국민의 건강을 해쳤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삶도 위협했다. 코로나19에 대응한 저금리 정책으로 자산형성 기회가 크게 손상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강제된 비대면 생활의 경험은 문화적 측면에서 디지털 혁신의 기반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상호금융기관들이 디지털 혁신을 통해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금융소외 계층을 포용하는 온전한 혁신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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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헌 MG금융디지털연구소 서민금융발전포럼 위원(한양대학교 교수)

주동헌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 경제학부 교수(MG금융디지털연구소 서민금융발전포럼 위원) ramibo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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