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식 겨냥 '멀티조리기기'
참여 식품기업 8곳→18곳 증가
가전·식품사 협업 생태계 안착
삼성전자 '비스포크 큐커'가 인기를 끌면서 일부 협력 식품사 매출이 최대 3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기업은 물론 최적 레시피 수 역시 1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가전·식품 기업이 협업한 '큐커 생태계'가 조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오는 28일 출시 1주년을 맞는 비스포크 큐커는 현재 누적 판매 12만대를 돌파했다. 관련 사업에 참여하는 식품사도 초기 8곳에서 올해 안에 20곳으로 확대된다. 국내 주요 간편식 업체 대부분이 참여하면서 '큐커 생태계' 확장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비스포크 큐커는 전자레인지·오븐·그릴·에어프라이어 기능을 하나로 합친 멀티 조리기기다. 출시 당시 프레시지, 마이셰프, 청정원 등 8개 식품회사와 협업해서 월 단위 간편식을 구매하면 기기를 무료로 제공하는 파격 마케팅을 시도했다. 특히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활용해 식품 바코드만 찍으면 조리법이 자동으로 기기에 전달되는 '스마트 쿠킹' 서비스까지 선보였다.
출시 1년이 된 현재 협력 식품사는 18곳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또 '스마트싱스 쿠킹' 서비스를 활용한 큐커 전용 레시피는 출시 당시 117가지에서 현재 320가지로 확대됐다. 기존 간편식에서 레스토링 간편식(RMR), 육류, 다이어트 식품, 어묵 등 품목도 다양화됐다. 이 가운데 랭킹닭컴 'QR치킨'처럼 양사 공동 개발을 거쳐 비스포크 큐커 전용 상품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큐커 생태계는 협력 식품사 콘텐츠 증가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사업 성장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협력 식품사는 삼성전자와의 협업 후 월 평균 20%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에 CJ, hy와 공동으로 진행한 비스포크 큐커 프로모션인 '전 국민 전자레인지 교체 캠페인' 기간 해당 업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배나 뛰는 성과를 거뒀다.
협력 식품사의 매출 성장은 간편식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상황에서 삼성 주도의 새로운 구독 경제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27000억원에서 올해 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집밥족'이 늘어난 데다 편의성을 추구하는 가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큐커를 매개로 식품 구독 서비스를 제안, 협력사와 이익을 공유하는 전략을 취했다. 수요가 제한적인 기기 판매에 몰두하기보다는 지속 확장되고 있는 간편식 시장에서 공동 전선을 구축해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식품사 역시 삼성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서 구독 서비스를 안착시킬 기회가 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협력 식품사 2곳을 추가하고, 전용 레시피 역시 450가지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국내 주요 간편식 회사는 사실상 모두 '큐커 생태계'에 참여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스포크 큐커는 기기 판매를 넘어 협력사와 함께 시장을 넓히고 이익을 공유하는 생태계 모델”이라면서 “소비자에게 새로운 구매 방법을 제시하고, 협력사와는 더 큰 기회를 함께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비스포크 큐커 현황>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