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스와프 논의 진전 없어
원화 약세·자본유출 불가피
100달러 복귀 유가도 원인
한국은행이 이달에 이어 다음 달에도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일 시카고상품거래소 그룹의 미국 금리 예측 분석 도구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26~2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66.8%에 달했다. 나머지 33.2%는 금리를 한꺼번에 1.0%P 올리는 울트라 스텝을 내다봤다.
FOMC가 자이언트 스텝이냐 울트라 스텝이냐를 놓고 고민하는 이유는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1%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CPI(8.6%) 보다 더 높을 뿐 아니라 2차 오일 쇼크로 물가가 치솟은 1980년대 이후 가장 높은 물가를 기록했다.
유가도 심상치 않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성과 없이 돌아온 뒤 다시 100달러를 돌파했다. 현재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유가 등 원자재 공급 차질로 인한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우리 물가도 6월 CPI가 6.0%를 기록하는 등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은과 정부는 이달과 다음 달에도 6%대 후반 물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방한에서도 기대했던 통화 스와프에 대한 논의에 진전이 없었다는 점도 빅스텝 가능성을 키운다. 이 총재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나서 외환시장 안정과 유동성 공급이라는 합의를 끌어내긴 했지만 통화 스와프에 대한 옐런 장관 언급은 없었다. 통화 스와프는 우리 원화를 미국에 맡기고 달러를 빌릴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환율도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15일 13년 2개월 만에 장중 원·달러 환율이 1320원을 돌파하는 등 13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최소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보다 0.25%P 이상 높은 금리 역전이 일어나 원화 약세와 함께 자본유출도 걱정해야 한다.
아직까지 전문가들은 차기 금통위에서 0.25%P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이러한 달러 강세가 유지되면 추가 빅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총재는 “경제가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0.25%P 인상으로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더 가속화하면 정책 스탠스가 바뀔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