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은 첨단 기술을 도입해서 제조혁신을 이룬 '등대공장'을 매해 선정해 발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포스코(2019년), LS일렉트릭(2021년), LG스마트파크 등 총 세 곳이 등대공장으로 선정됐다. 등대공장이란 등대가 배에 빛을 비춰 안내하는 것처럼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4차 산업 혁명 첨단 기술을 도입해 제조업 혁신을 이끄는 공장을 말한다.
제조업 혁신이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높일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전자신문과 아이시글로벌은 '제조업의 미래를 그리다'라는 주제로 '디지털 제조혁신 콘퍼런스 2022'를 개최했다. 디지털 제조혁신, 스마트팩토리, 정부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모여 제조업 혁신을 이루고 저탄소 실현을 앞당길 혜안을 모색했다.
◇연내 스마트공장 3만 개 구축…제조혁신 '가속'
국내에서 제조업 혁신 추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연말까지 국내에선 스마트공장이 3만 개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은 국내 스마트공장 3만 개 확대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은 기존공장에 4차 산업 혁명 기술을 적용하고 새로운 제품,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스마트공장으로 정의했다.
박한구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장은 “올해 말까지 스마트공장 3만 개 구축 사업을 이어가면서 우리나라 중소, 중견기업 생산 현장에 효율성을 극대화해 제조혁신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올해 말 3만 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달성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공장 고도화 사업을 발전시켜 중소, 중견기업이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공장이 구현되면 자동화, 디지털화를 통해 품질, 원가, 납기 등 여러 요소를 향상할 수 있다. 단순 노동 근로자를 지식 근로자로 변화시킬 수 있다.
스마트공장 확대에 '데이터' 중요성도 주목받았다. 제조 데이터 활용을 확대해 스마트공장 고도화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송형권 건국대 교수(한국 인더스 트리 4.0협회)는 “생산 현장 데이터를 생성, 수집, 활용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스마트공장에서 상당히 중요하다”라면서 “데이터를 수집해 궁극적으로 AI로 분석하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 수준은 크게 못 미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데이터가 중요한 만큼 사이버 보안도 상당히 중요하다”면서 “스마트공장이 사이버 보안에 취약하다는 점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 인더스트리5.0...'디지털 트윈' 부상
디지털 제조혁신 콘퍼런스 2022에서는 '디지털트윈' 중요성이 강조됐다. 디지털트윈이란 장비나 기계, 사물 등을 가상 세계에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생산 현장에서 실제 제품을 만들기 전 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데 주로 활용된다. 현재 여러 글로벌 자동차 기업 등 여러 곳이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박한구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장은 “예를 들어 자동차 설계를 할 때 직접 현실 세계에서 시제품을 만드는 과정 없이, 디지털 세계에서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최종 제품 생산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제조가 변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손장익 슈나이더 일렉트릭 이사는 “아날로그 제조 현장에서는 변화에 대한 유연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디지털 제조에서는 차별화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트윈은 저탄소 구현에도 도움이 된다.
송형권 교수는 “가상 공간에서 시제품을 수없이 만들어볼 수 있는 디지털 트윈이 확대된다면 우리 기업의 탄소 배출을 줄여 지속가능한 경영 구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라는 새로운 자동화 기술 개념도 제시됐다. RPA란 소프트웨어 봇, 인공지능 워커(worker) 개념에 기반을 두고 최근 만들어진 비즈니스 프로세스 자동화 기술을 말한다. 기업들이 RPA시스템을 도입하면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효율적인 인력 활용,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업무 실수도 최소화할 수 있다.
임영선 시와소프트 책임연구원은 국산 RPA 솔루션 '워크빌더'를 소개하며 “국내 여러 스마트공장에 워크빌더를 공급했다”라면서 “비용 절감, 저탄소 등을 구현할 수 있는 RPA를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포레는 제조AI 메타버스 팩토리를 소개했다. 박성훈 디지포레 대표는 “공장 제조 데이터와 실시간으로 연동된 가상 공장과 메타버스를 연결해 공정을 제어, 체험, 관제할 수 있다”면서 “AI 분석가가 아닌 일반 사용자도 직관적으로 활용해 의사결정이나 협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중소기업의 미래...제조혁신에 달렸다
중소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가를 핵심 요소로 '제조혁신' 키워드가 부상했다. 스마트 제조혁신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투자 여력이 약하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스마트공장과 자동화 도입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김진구 젠틀에너지 공동대표는 “중소기업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스마트공장 도입을 시도하지만, 아직 높은 진입장벽이 있다”라면서 “정부 주도로 스마트공장 보급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보급률이 낮고 기초단계에 그친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공장 성공 사례가 알려지곤 있지만 중소기업은 대부분 실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높은 유지 관리 비용, 전문인력 등이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도입 관련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이연근 인아엠씨티 상무는 “고령화, 저출산 등 여러 문제로 생산현장에서 일할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특히 지원자가 적은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고 있어서 스마트공장 중요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협동 로봇' 활용 중요성도 강조됐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작업이 가능하고 이동설치가 가능한 로봇을 말한다. 인아엠씨티에 따르면 우리나라 협동로봇밀도가 세계 1위다. 제조 인원 1만 명당 배치되는 로봇 개수를 말한다. 비용 문제 때문에 로봇 활용은 대기업 위주다.
중소기업의 제조 혁신을 위해서 협동로봇 활용이 확대돼야한다는 설명이다.
이연근 상무는 “협동 로봇은 직관적인 사용성으로 쉽고 빠르게 산업현장에 적용할수 있다”면서 “중소기업은 대부분 부지가 좁은데 협동 로봇은 협소한 공간데오 안전 펜스 없이 설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