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연봉인상 도미노 "신규 고용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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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게임업계의 연쇄 연봉 인상에 따른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연봉 인상 러시 여파에 자금 흐름이 좋은 대기업도 타격을 받은 가운데 개발자 확보를 위해 이를 무리하게 따라 한 중견·중소기업의 어려움이 확인되기 시작했다. 신규 고용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최근 베스파가 직원 105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그래픽 외주회사 봄버스를 매각한 자금으로 버티려 했지만 신작 흥행 실패, 투자 유치 무산 등으로 정상적인 사업을 할 수 없게 됐다. 베스파는 작년 3월 연봉 인상 당시 업계에서조차 염려의 눈길이 많았다. 2020년 영업손실 318억원을 기록하는 가운데 직급·직책·직무와 관계없이 인상한 데다 대규모 공채까지 기획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킹스레이드'로 상장에 성공한 김진수 대표가 경영에 복귀하면서 대기업을 따라 무리한 결정을 내렸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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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베스파 대표

베스파는 전체 직원 가운데 10% 미만인 핵심 인력만 붙잡아 재기를 도모할 계획이다. 하지만 신작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만큼 당분간 성장세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경영난을 어떻게 해서든 돌파해 보고자 한다”면서 “업데이트나 고객서비스(CS) 문의 처리 등 게임 유지에 기존과 같은 만족도를 보여 주기는 어렵겠지만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킹스레이드 크로니클2' 업데이트에 대해서도 더욱 늦어질 수는 있겠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베스파의 권고사직 분위기는 지난해 가을부터 감지됐다. 베스파를 시작으로 몸값 상승 여파가 도미노처럼 덮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게임사인 넷마블도 적자로 전환했다. 넷마블은 실적 부진의 이유로 1분기 대형 신작 부재, 이미 출시된 게임의 매출액 하향 안정화, 해외 사업의 계절적 요인 등을 꼽았다. 표면적 이유 외에 인건비 증가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넷마블 인건비는 신작 개발 인력 충원과 몸값 인상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3%나 증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됨에 따라 신작 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기며 간극을 메우지 못했다.

컴투스 역시 지난 1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영업손실 26억5800만원을 기록했다. 인건비는 62.3% 증가했다. 외주용역비 역시 1400% 증가했다. 개발자 몸값 상승의 최상위 먹이사슬에 있던 네이버도 채용 30%를 축소하는 등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으로 몸값 상승 부담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자 몸값 인상은 더 좋은 게임, 더 많은 매출로 이어져야 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투자로 인식될 수 있다”면서 “게임 제작비 대부분이 인건비로 구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 특수 때 급증한 인건비가 신규 고용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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