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 인상된 9620원으로 결정되자 경제단체가 일제히 반발했다. 지급 주체의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탁상행정이 최저임금 미지급, 고용축소 등 사회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0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코로나19 여파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중고가 겹치면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논의했다. 노사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은 9620원을 제시한 뒤 표결을 제안했다. 재적 인원 27명 가운데 민주노총 근로자위원을 제외한 2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2명, 기권 10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됐다.
경총은 “이번 인상은 공익위원이 제시한 중재안에 대해 사용자위원 전원이 유감을 표명하고 퇴장한 후 의결된 것”이라면서 “정부는 이로 인해 초래될 국민경제 부작용을 완화할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단체들은 최근 5년 간 최저임금이 물가보다 4배 이상 빠르게 올랐고,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일제히 지적하고 있다. 실제 2018~2022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9.7%인 반면에 최저임금 인상률은 41.6%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물가상승률도 4.5%로 전망된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논평을 내고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뛰어넘는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소속 근로자의 일자리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고용안정 대책도 보완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현실을 외면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충격은 불가피하다”면서 “고용축소 고통은 중소기업과 저숙련 취약계층 근로자가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로, 5.0% 인상률은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과 현재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수용 절대 불가”라면서 “이의 제기를 비롯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번 최저임금 결정을 무력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노동자 측도 이번 결정에 반발했다.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5%는 실제 물가 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안으로, 결국 임금 인상이 아니라 동결을 넘어 실질 임금이 삭감되는 수준”이라면서 “9620원은 그야말로 절망·분노스러운 금액으로, 공익위원들이 예전과 달리 법정 심의 기한을 준수할 것을 이야기하면서 졸속으로 진행한 데 대해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위원회는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게 된다. 노동부는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고시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