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와 변호사가 공동으로 소송대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오른다. 법률안은 과학기술계, 중소벤처기업계 등이 조속 처리를 촉구했지만 번번이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위원장 이학영)는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변리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규민 의원 대표발의)'을 의결했다. 이변이 없는 한 9일 열리는 산자위 전체회의를 통과해 법사위에 오르게 된다.
개정안은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또는 상표권 침해 관련 민사소송에서 변리사가 소송실무교육을 이수할 경우, 변호사가 같은 의뢰인으로부터 수임하고 있는 사건에 대해 공동으로 소송대리를 허용한 게 골자다.
현재 변리사법 제8조는 변리사가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특허법원에서 진행하는 심결 취소소송과 달리 민사법원 특허침해 소송에선 변리사가 소송대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변리사법 개정안이 산자위 전체 회의를 통과하면 3번째로 법사위에 오른다. 변리사와 변호사의 공동 소송대리를 주요 골자로 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은 17대 국회부터 21대까지 다섯번 연속 발의됐다. 17·18회때는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대한변호사협회 등 반대로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법사위 논의가 다시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국회 안팎의 기류는 과거와 크게 바뀐 상황이다. 국회에서도 전향적 목소리가 나오고 변리사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변호사 출신임에도 이례적으로 “실제 특허소송에서 변호사가 기술적 답변을 즉석에서 할 수 없어 방청석에 앉아 있는 변리사가 쪽지를 주는 경우가 많다”며 “비용을 들여 선임한 변리사가 수천억원대 영향이 있는 중요한 소송에서 변론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법률소비자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변리사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한국공학한림원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한국기술사회 등과 함께 지난해 성명서를 내고 '변리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과학기술계 13개 단체가 참여한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는 특허침해소송의 변리사 대리 허용을 차기 정부 핵심 과제로 제안한 바 있다.
벤처기업협회도 8일 성명을 내고 “혁신·벤처기업은 특허침해소송에서 변호사와 변리사의 선택적 공동소송대리의 국회 산자중기위 소위 통과를 환영하며,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유럽·일본·중국 등 주요국에서는 기업이 기술패권 경쟁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보장하고 있다”며 “기업은 물론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국회와 정부는 낡은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