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과학적 산림지도로 기후변화·산림재해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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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암 산림청장

50년 만에 최악의 겨울 가뭄으로 4월 중순 현재 지난해 같은 기간(218건)보다 2배 증가한 430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4월에 발생하던 대형 산불이 올해는 빨라졌다. 지난 3월 발생한 동해안(울진·삼척, 강릉·동해) 산불은 역대 최장인 213시간 동안 지속되면서 서울 면적 3분의 1에 해당하는 산림 피해(2만 492ha)를 기록했다. 산불 피해가 막대했던 큰 이유로 가뭄과 강풍 등 기후조건과 응봉산(해발 999m) 일대의 험준한 지형과 토양특성을 꼽을 수 있다. 산에 급경사지와 암석이 많아 불에 달구어진 돌이 열기를 내뿜으며 꺼졌던 불씨를 되살렸다. 이 지역의 산림 토양이 척박하여 활엽수보다는 불이 잘 꺼지지 않는 소나무가 주로 자라는 곳이라는 점도 산불확산의 요인으로 꼽힌다.

기후변화로 산불이 빈발하고 작은 불씨가 대형 산불로 확산할 위험성이 높아지면서 대형 산불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은 기후변화 심화의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지는 지형이 복잡하고 지형별 토양조건이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미세 입지환경과 토양의 차이로 인해 임목 생장도 크게 달라진다. 동해안과 같이 빈번한 산불이 발생하는 지역은 산림식생의 변화로 집중호우에 의한 토양의 침식과 토사의 유출이 증가하여 산사태 위험성도 매우 증대되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산림재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산지 환경에 특화된 예측모형의 개발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나무(임상), 흙(토양), 지형, 기후 등 공간정보 기반의 다양한 빅데이터의 축적이 필요하다.

산림청은 1970년대 경제림 단지 조성과 산림녹화를 위하여 전국의 산림자원조사를 기반으로 나무와 흙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초 산림지도(임상도, 토양도) 제작을 시작했다. 이후 1995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산림관리 기본이 되는 수목과 입지환경, 토양 성질을 조사해 1대2만5000 소축척 임상도(林相圖)와 산림입지도(山林立地圖)를 제작했다. 2009년부터 국가 표준 지도체계에 맞춰 기존 지도 대비 25배 정밀한 1대5000 대축척 산림지도 제작을 추진해 2015년 임상도를 제작했고, 지난 2월 정밀 산림토양지도 제작을 완료했다.

우리나라의 산림분포를 나무의 종류, 굵기, 나이로 나타낸 임상도가 산림의 지상부를 설명한다면, 암석, 경사, 지형 등 입지환경 정보와 토양의 깊이, 건조한 정도, 성질을 나타내는 산림토양지도는 산림의 지하부를 설명한다. 산림공간정보서비스에서는 몇 번의 클릭만으로 우리 동네 뒷산의 나무와 흙의 종류, 어떤 나무가 잘 자라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산림청은 산림 기초 지도를 바탕으로 산림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산림기능 구분도, 맞춤형 조림지도, 임산물 재배지도, 산사태 위험지도, 산불위험지도 등 총 18종의 응용 지도를 제작해 개방하고 있다. 과학적인 산림지도로 기후변화와 산림재해를 대비하기 위해 2026년까지 산림물지도, 산림탄소지도, 산림생태지도 등 산림응용지도를 총 32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런 산림공간정보(산림지도)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국 산림 토양의 탄소저장량을 파악하고, 산림 토양의 산성화(pH)와 산림수자원을 관리하여 산림 생태계의 건강성을 관리하는 데 활용된다. 또한 산림 지형과 토양의 특성을 분석해 산사태 취약지역을 선정하고 산림 내 연료(낙엽, 관목, 수관 등)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산불 발생을 예측하며, 병해충에 강한 수목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 아울러 지역별 맞춤형 조림지도와 임지별 생산능력 지도를 기반으로 임산물을 정밀 재배 관리해 임업 소득을 증대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부의 주요 정책 방향인 '디지털 플랫폼 정부(DPG)'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산림공간 빅데이터 기반의 정밀 임업 기반을 마련하고 수요자 중심의 산림정책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현장 데이터가 필요하다. 따라서 전국 산림에서 생산되는 산림경영 및 자원조사 활동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현장 조사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기존의 산림지도 제작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더 나아가 수집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3차원의 디지털 지도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산림공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 트윈, AI 등 ICT와 2025년 발사 예정인 농림 위성을 활용해 디지털 산림지도를 자동으로 현행화하고, 전 국토의 산림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완성하여 기후변화와 산림재해를 예방하는 산림 디지털 대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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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암 산림청장은

인천 출신으로, 중앙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인하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 영국 리즈(LEEDS)대에서 생태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행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해 산림정책, 산림환경보호, 산지관리, 산불·산사태 방지 등 산림업무를 두루 담당했다. 산림청 산림정책과장, 산림이용국장, 산림보호국장, 산림복지국장, 기획조정관, 산림청 차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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