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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19 대응이 엔데믹(풍토병) 단계로 접어들면서 의료·바이오 산업계에 후폭풍이 예상된다. 코로나19가 종식된 상황은 아니지만 지난 2년간 팬데믹을 거치면서 높아진 백신 접종률과 확진자 수 등 영향으로 백신 수요가 급감하고 있고 치료제에서도 시장을 선점한 제품이 나와 업계 재편이 거셀 전망이다.

◇개발 포기 이어지는 백신…치료제도 소수만 남을 듯

개발 중인 국산 백신은 극소수만 상용화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백신 수요 감소가 뚜렷해서다.

방역당국은 최근 유효기간이 끝난 백신 폐기를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코로나19 접종 시작 후 이달 7일까지 폐기된 백신량은 총 291만5520회분에 달한다. 이 중 유효기한이 지나 폐기한 경우가 288만5243회분로 99%를 차지했다.

백신 수요는 올 1분기 오미크론 확산으로 급감했다. 확진자가 늘며 백신을 맞아야 할 대상 자체가 줄었다. 이달 일반 고령자 4차 접종이 시작됐지만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다. 김부겸 총리는 지난 5일 “일부 지자체는 확진 이력자를 제외하더라도 아직 (4차 백신 접종률이) 50%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자 제넥신 등 일부 회사는 국산 코로나 백신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진원생명과학, 셀리드 등은 기본접종에서 부스터 샷으로 백신 후보물질 용도를 선회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1~2개 회사를 제외하고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고 시장성이 불투명한 백신 개발을 지속할만한 회사는 별로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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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 한 코로나19 경구 치료제 담당약국에 공급된 팍스로비드 모습.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국산 치료제도 마찬가지다. GC녹십자, 대웅제약 등 굴지 제약사들이 이미 지난해 치료제 개발을 포기해 유의미한 후보군이 몇 개 남지 않았다. 게다가 코로나 치료제 시장은 팍스로비드 등 글로벌 빅파마(거대 제약사)가 선점했다.

국내 바이오·제약사들은 엔데믹 과정에서 공급 안정성을 내세워 국산 치료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일동제약과 셀트리온 정도가 국산 치료제 상용화에 가장 근접하다는 평가다.

일동제약이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 개발하는 'S-217622'은 오미크론과 스텔스 오미크론(BA.2)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은 국산 치료제 1호인 렉키로나를 기반으로 한 칵테일 치료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진단업계 '포스트 팬데믹' 대비

진단키트도 영향이 예상된다. 지난해 연말부터 늘어났던 진단키트 수출액은 점차 감소할 전망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분자진단키트(HS코드 3822) 수출액은 각각 5억7700만달러, 5억6800만달러, 3월 5억8400만달러였다. 지난해 11월 1억8400만달러, 12월 2억4900만 달러보다 크게 늘었지만, 상승 폭이 정체다.

국내 수요도 당분간 감소가 불가피하다. 방역 당국은 이달 11일부터 보건소 신속항원검사(RAT)를 폐지한 데 이어, 18일부터 초·중·고 학생 등교 전 신속항원검사 권고 횟수를 주 2회에서 주 1회로 줄인다.

진단기업들은 이에 '포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는 모습을 엿보이고 있다. 분자진단 전문업체 씨젠은 최근 의료 IT 서비스 기획·설계와 디지털 헬스 서비스 운영·지원을 담당할 실무 인력 채용 공고를 냈다. 진단시약 개발 방식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꾸고, 누구나 씨젠 인프라로 진단시약을 개발할 수 있는 표준화 프로세스를 제공해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씨젠 관계자는 “분자진단 플랫폼 기업 전환이 목표인 만큼 관련 서비스가 필요하다”면서 “IT 중에서도 의료 IT에 특화된 인력들을 채용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인수합병(M&A)과 전략적 투자를 통한 외연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연속 혈당 측정기 개발업체 유엑스엔에 400억원 규모 지분투자를 단행해 최대주주가 됐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브라질 2위 진단 회사 에코 디아그노스티카를, 지난달에는 독일 체외진단 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온 지분 100%를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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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구 화학연에서 연구원이 정상 항원과 변이 항원을 구분한 진단키트를 살펴보고 있다. 대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