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 서스펜션은 진동과 충격을 흡수하는 금속 스프링의 역할을 공기압으로 대신한다. 압축된 공기의 탄성력으로 스프링 역할을 대신해 일반 코일 스프링보다 우수한 승차감을 구현한다. 차량 하중과 무관하게 최저 지상고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행 품질도 높일 수 있다.
최근 에어 서스펜션 스프링 특성을 단계별로 제어할 수 있는 멀티 체임버(Multi Chamber) 에어 서스펜션도 널리 쓰인다. 별도의 솔레노이드 밸브를 통해 에어 스프링 내부의 체적(공기압이 작용하는 단면적의 넓이)을 조절함으로써 스프링 특성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체임버(공기를 저장하는 공간) 하나를 통째로 쓰던 싱글 체임버 에어 서스펜션과 달리 여러 개의 체임버를 사용해 구조적으로는 복잡하지만, 주행 모드와 상황에 따라 스프링 특성을 세밀하게 조절한다. 여러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가 럭셔리 세단이나 스포츠카 등에 멀티 체임버 에어 서스펜션을 활용하는 이유다.
제네시스 G90가 채택한 에어 서스펜션은 크게 주행 모드(컴포트·쇼퍼 드리븐·스포츠)와 주행 속도, 환경에 따라 148㎜의 기본 최저 지상고를 4단계(높음·보통·낮음·매우 낮음)로 능동적으로 제어한다. 운전자는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통해 최적의 차고를 제어하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운전대 왼쪽 아래에 있는 수동 조작 버튼을 활용해 운전자가 직접 차고 제어 단계를 선택할 수도 있다.
평탄한 도로에서 주행할 때는 주행 모드와 계기반에 표시되는 속도에 따라 차고를 조정한다. 차체를 낮추는 것은 차체 아래로 공기가 유입되는 것을 줄여 차체가 뜨는 힘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고속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연비 향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스포츠 모드로 고속 주행할 때는 차체를 최대 20㎜까지 낮추기도 하며, 고속도로에서는 일반 도로에서 주행할 때보다 차체를 알맞게 낮춰서 고속 주행 안정성을 높인다. 저속으로 주행할 때는 다시 차체를 높이기도 한다. 뒷좌석 승객 승차감을 우선하는 쇼퍼 드리븐 모드에서는 다른 주행 모드보다 차체를 높여 승차감을 편안하게 조절한다.
차량이 스스로 각종 센서를 활용해 주행 상황에 알맞은 차고를 선택하기도 한다. G90가 주행 중 차고를 제어하는 상황은 크게 4가지다. 과속방지턱 진입 전, 노면이 험한 비포장도로 통과 중, 내리막길 주행 중 평평한 도로에 진입하기 전,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상황 등에서 속도를 파악한 후 알맞게 차고를 조절한다. 과속방지턱과 경사로 제어 기능도 G90 멀티 체임버 에어 서스펜션의 차별화된 특징이다.
과속방지턱 제어 기능은 카메라(전방 7m 인식)와 내비게이션 정보(전방 2㎞ 인식)를 활용해 100m 전부터 미리 앞바퀴를 10㎜ 높이고 최적의 쇼크업소버 감쇠력으로 승차감을 유지한다. 전륜 에어 스프링을 미리 높여 충격 흡수량을 늘리고, 과속방지턱을 통과할 때 전륜 에어 스프링이 줄어들고 늘어나면서 생기는 반발력을 적절한 감쇠력으로 줄이는 원리다. 차량 앞뒤가 수직으로 흔들리는 피칭(Pitching) 현상을 줄여 편안한 승차감을 유지하고, 뒷좌석 승객의 머리가 흔들리는 현상을 크게 줄여준다. 이때 카메라로 과속방지턱의 크기와 형태를 인식해 쇼크업소버의 감쇠력을 제어하는 역할은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ECS)이 담당한다.
G90의 멀티 체임버 에어 서스펜션은 총 3개의 체임버를 활용한다. 부드러운 승차감이 필요할 때는 3개의 체임버를 모두 활용하고, 역동적으로 주행할 때는 스프링 특성을 높이기 위해 2개의 체임버와 각각 연결된 밸브를 닫아 1개의 체임버만 사용하는 방식이다. 승차감을 제어하는 방식은 에어 스프링 내부에 있는 3개의 체임버를 활용하는 법으로 나뉜다. 메인 체임버를 기본으로 체임버 1, 체임버 1+2, 체임버 1+2+3의 조합에 따라 단단함과 부드러운 특성 사이를 오가며 스프링 강성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각 체임버 사이에는 공기가 흐르는 통로를 연결·차단하는 솔레노이드 밸브가 있다. 멀티 체임버 에어 서스펜션을 제어하는 별도의 전자 제어 유닛(ECU)이 이 과정을 총괄한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