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줄어드는데 송출수수료 인상
매출 반영한 공정한 산정기준 마련해야
가상공간서 소비사-생산자 만나는 시대
홈쇼핑 육성해야 방송시장-중기도 살아

Photo Image

“TV홈쇼핑은 중요한 변화의 길목에 서 있습니다. 미디어 패러다임 전환 속에 방송유통사업자로서 독점적 지위는 무너졌고 공적 책무는 여전합니다. 앞으로 홈쇼핑 산업 미래는 메타버스 같은 새로운 플랫폼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조순용 한국TV홈쇼핑협회장은 미디어 플랫폼 진화에 맞춰 홈쇼핑 산업도 변화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TV 기반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생산자, 상품이 가상공간에서 만나게 될 새로운 시대를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방송에 덧씌워진 유통 규제를 완화할 공정한 정책과, 홈쇼핑이 과도한 부담을 짊어지는 유료방송시장 구조 개혁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TV홈쇼핑 사업자가 느끼는 위기의식도 어느 때보다 높다. TV홈쇼핑 7개사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은 6109억원으로 전년 대비 18.0% 감소했다. 전체 취급고도 1% 신장에 그치며 성장 엔진이 멈춰 섰다. 그럼에도 유료방송 시장에서 홈쇼핑의 막대한 부담은 여전하다. 지난해 TV홈쇼핑사가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1조8048억원, 데이터홈쇼핑까지 포함하면 2조2000억원에 이른다. 전체 방송 매출 57%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회원사들 속앓이에 협회 고민도 깊다. 조 회장은 “TV홈쇼핑은 수십년간 우리나라 방송 산업을 떠받치는 재정적 기반 역할을 해왔다”면서 “그 버팀목이 무너지고 있다. 홈쇼핑 위기는 방송 산업 위기다. 정부가 이대로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 정부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공정한 경쟁 토대를 만들어줄 것을 당부했다.

Photo Image

대담=김정희 플랫폼유통부장

-TV홈쇼핑협회장으로 취임한 지 4년이 지났다. 성과를 돌아본다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임기 절반은 마스크 없이 나머지 절반은 마스크를 쓴 채 보냈다. 처음 2년간은 TV홈쇼핑이 국내 방송 산업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긍정적 측면을 알리는데 힘썼다. 주고받은 명함만 3000장이 넘더라. 홈쇼핑은 유료방송시장 캐시카우 역할을 하면서 중소기업·생산자의 중요한 판로로서 건강한 유통 생태계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동안 홈쇼핑은 산업적 기여에도 불구하고 외부 눈치를 많이 봤던 게 사실이다. 송출수수료뿐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고 판단하는 정책 변경에 대해 협회를 중심으로 목소리를 내는데 주력했다.

최근 2년간은 코로나19로 모든 게 바뀌었다. 위기가 온 것이다. 지난해 TV홈쇼핑사 영업이익은 20%가량 줄었다.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했고 누구나 홈쇼핑을 하는 시대가 열렸다. 앞으로는 가시화된 TV홈쇼핑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과제가 남아 있다.

-홈쇼핑 산업이 위기다. 사업자들 탈(脫) TV 행보도 눈에 띈다.

▲TV홈쇼핑은 기본적으로 방송 기반 유통 사업자다. 홈쇼핑 위기는 지상파 위기와 맞닿아 있다. 홈쇼핑사는 시청률이 높은 황금채널 주변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데 지상파 시청률은 예전 같지 않다. 영업이익률은 줄어드는데 송출료는 올라간다. 여기에 홈쇼핑의 심각한 위기 고민이 있다.

탈TV 경향은 이러한 산업 내적 경쟁과 모바일 기반 소비자 행태 변화가 추동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본다. 홈쇼핑 산업은 방송과 유통 측면 복합 규제가 있는 반면, 라이브커머스로 대변되는 모바일 기반 신흥 산업은 그렇지 않다. 이 상황에 합당한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어떻게 룰을 마련해야 할지 고민이 시급하다. 새로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규제해 달라는 주문이 아니다. 기존 레거시 미디어로서 TV홈쇼핑이 터무니없는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형평성의 문제, 시장 질서의 문제다.

-홈쇼핑사 최대 고민은 급격한 송출수수료 인상이다. 해결책이 있나.

▲지난해 TV홈쇼핑 7개사가 인터넷(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에 지급한 송출수수료는 1조8000억원 규모다. T커머스를 포함하면 2조2000억원이 넘는다. 이 돈으로 우리나라 방송 산업이 굴러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정도 돈을 내고 채널을 송출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는 홈쇼핑이 유일하다.

홈쇼핑 사업자처럼 기여하는 것에 비해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30년 가까운 통신사업자의 공고한 과점 구조 힘이 IPTV를 통해 유료방송시장에 투영되다 보니 홈쇼핑과 갈등이 유발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월적 지위가 제한 없이 투사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정책당국 노력이 필요하다. 유료방송과 홈쇼핑 사업자 모두 정부 허가 또는 승인을 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양측 간 수수료 협상을 오롯이 사적 계약으로 치부하는 관계당국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누가 봐도 납득할 만한 산정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산정기준은 유료방송 가입자에 대한 가치는 반영되나 홈쇼핑 매출 변동 여부는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공정한 산정기준 마련을 위해 점차 바꿔나가야 한다.

Photo Image

-수많은 방송 심의 규제가 홈쇼핑 발전을 저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심의에 대한 나의 철학은 '고의가 있다면 엄단, 실수에 대해서는 참작'이다. TV홈쇼핑은 정부 승인 사업자로서 방송심의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여러 부처로부터 60개가 넘는 규제 심의를 받는다. 과거처럼 소비자가 판단할 정보가 부족했을 때는 심의 기능이 정보 제공 객관화, 투명화에 기여했다고 보지만 요즘 국내 소비자는 똑똑하다. 경쟁사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엄격한 심의를 활용하는 납품업체 민원도 상당한 게 현실이다. 따라서 현미경식 심의보다는 사업자 스스로 더욱 개선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

특히 TV홈쇼핑은 사업 속성이 방송 기반 유통 산업이다. 사업자들은 양 산업의 불리한 규제를 모두 떠안고 있다고 우려한다. 방송 산업의 중요한 정책 변경 부수적 결과로 홈쇼핑 산업 근간이 흔들리는 경험도 겪었다. 홈쇼핑을 위한 정책을 마련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적어도 방송 측면에서 유통산업을 규율하려는 인식은 조속히 해소돼야 한다.

-케이블TV 지역채널 커머스를 바라보는 회원사들의 우려가 깊다.

▲케이블TV 어려움을 이해한다. 지역 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도 받아들인다. 그러나 TV홈쇼핑은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고 독점적 사업을 영위하는 방송 사업자다. 케이블TV 현재 행보를 보면 지역채널 커머스 궁극 목표는 홈쇼핑 사업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아니라고 하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는 방송 승인 제도를 형해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원칙적으로 지역생산자 판로 확대가 목적이라면 유통 측면에서 정책 반영이 필요하다고 본다. 실증특례에서 허용한 범위 내에서 후속조치가 있어야 하나 현재 개정령안은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현재 소관부처에 충분한 우려를 전달했고 정부와 지혜를 모으고 있으니 건설적 대안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Photo Image

-최근 홈쇼핑 화두는 메타버스다. 홈쇼핑사가 메타버스에 적극적인 이유는.

▲TV홈쇼핑이 가야할 길이기 때문이다. 상거래 궁극적 지향점은 결국 메타버스다. 유통업 핵심은 소비자와 생산자, 상품이 어디서 만나는가 하는 문제다. 지금까지 TV홈쇼핑이 그 역할을 잘해왔지만 그 힘이 이제는 무너져 가고 있다. 앞으로는 가상공간에서 소비자와 생산자, 상품이 만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메타버스 자체가 플랫폼이자 새로운 커머스 채널이 될 것이다.

홈쇼핑도 결국 TV를 떠날 수밖에 없다. TV가 2차원(2D)이라면 메타버스는 다차원 세계다. 인간 오감을 활용해 다양하고 충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기존 비대면 관계의 단절감을 극복할 수 있는 순기능을 가졌다. 공동구매 기반 홈쇼핑에서 개별 소비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가상공간이 마련된다는 점도 획기적이다.

홈쇼핑 회원사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창 연구를 진행 중이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최고경영자(CEO)부터 중무장하고 전진하고 있다. 얼마나 빨리 메타버스 시대로 적응하느냐에 홈쇼핑 미래가 달려있다.

-TV홈쇼핑 산업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나.

▲홈쇼핑 정의가 달라질 것이다. 정부 승인을 받는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고 언젠가는 각종 구분이 유명무실해지는 상황이 올 것이다. 결국 TV를 기반으로 하되 모든 비대면 수단을 전 방위로 활용하는 상거래 사업자로 진화하는 수밖에 없다.

홈쇼핑사들은 각종 자구책도 마련할 것이다. 우선 송출수수료 부담을 덜어내는 방안을 찾게 될 것이다. 이미 지상파 효용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굳이 낮은 채널대를 고집하지 않게 돼 지금까지 공식도 깨지게 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TV홈쇼핑을 물건 구매를 위해 시청하는 것이 아닌, 그 자체로 재미있는 방송채널로 인식하는 시청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예능 콘텐츠 역할로 홈쇼핑 입지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다. 지금은 홈쇼핑이 지상파 채널 사이에 들어가려 애쓰고 있지만 언젠가는 방송사업자들이 TV홈쇼핑 옆 번호를 선호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협회 차원에서도 한국유통학회와 함께 홈쇼핑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Photo Image

-홈쇼핑의 사회적 역할을 꼽는다면.

▲건강한 유통 생태계 한 축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자부한다. TV홈쇼핑 전체 방송시간에서 중소기업 편성비율은 70.6%다. 판매수수료율도 최근 3년간 꾸준히 낮추면서 중소기업 상생 판로로 자리매김했다. 효율적 공동구매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중소기업에는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제공한다. 고용 창출 역시 1만명에 달한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전국 방방곡곡에 마스크 공급 핵심 채널로서 역할도 수행했다.

더 중요한 것은 앞서 강조했듯이 한국 방송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홈쇼핑이 내는 송출수수료는 유료방송사업을 지탱하는 주요한 재원이다. 또 해마다 500억원이 넘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납부한다. 이 기금은 각종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방송하는 데 쓰인다. 덕분에 시청자들도 양질의 콘텐츠와 다양한 채널을 즐길 수 있다.

-곧 새 정부가 들어선다. 방송·미디어 정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협회 차원에서 제언하자면.

▲새 정부 출범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관행처럼 이어져 온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고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첫 기자회견에서 '공정'을 7번 언급했다. 홈쇼핑뿐 아니라 전체 미디어 영역도 공정한 경쟁을 통한 산업 육성이 가능하도록 정책 기조가 반영돼야 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중심으로 미디어방송 산업이 재편됨에 따라 변화를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그릇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홈쇼핑 송출수수료에 재원을 의지하는 유료방송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 사업자별 본연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TV홈쇼핑에 한정하자면 유료방송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게 해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게 정책 급선무라고 본다. 현재 홈쇼핑만큼 송출료를 부담할 수 있는 채널은 존재하지 않는다. 방송 시장이 공생해야 하는 이유다. 또 방송에 덧씌워진 유통 측면 제한사항 등을 재검토할 필요도 있다.

미디어도 전환 시대다. 홈쇼핑뿐 아니라 레거시 미디어 퇴보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연착륙하느냐가 중요한 숙제다. 메타버스 같은 새로운 서비스 전체를 아우르는 큰 우산, 법과 체계, 인식이 요구된다. 홈쇼핑이 잘돼야 방송시장도 중소기업도 산다. 그 철학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정부가 될 것으로 믿는다.

Photo Image

◇조순용 한국TV홈쇼핑협회 회장은...

조순용 협회장은 서울대학교 동양사학을 졸업하고 1977년 동양방송(TBC) 기자로 방송계에 입문했다. 1980년 한국방송공사(KBS) 사회부, 외신부 기자를 거쳐 KBS 보도국 워싱턴특파원, 사회1부장, 정치부장을 역임하며 20년 넘게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이후 2002년부터 대통령비서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2005년에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유원미디어를 개국하는 등 디지털 유비쿼터스 시대에 앞장섰던 방송 전문가로 꼽힌다. 같은 해 한국방송협회 지상파DMB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5년 동안 활동하며 국내 DMB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다. 2018년 3월에는 한국TV홈쇼핑협회장으로 취임했다. 회원사 대표가 아닌 외부 인사로는 처음으로 상근 회장직을 맡았다. 4년간 국내 TV홈쇼핑 산업 발전과 정책 개선에 적극 힘쓰고 있다.

정리=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