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DX문화살롱](9)쇼트폼(Short Form) 콘텐츠에 끌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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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수단을 보자. 최초에 말(言)이 있었다. 멀리 가지 못했고, 같은 입에서 다른 말이 나왔다. 여러 사람을 거쳐 다른 말도 됐다. 그래서 글이 나왔다. 명확해졌다. 말(馬)과 짐에 실려 천 리를 갔다. 글 모르는 백성에겐 그림으로 글을 풀었다. 유럽 중세에선 성경을 그림으로 가르쳤다. 판화, 인쇄를 통해 널리 퍼졌다.

데이터 홍수 시대다. 많은 글을 읽으니 쉽게 지친다. 인터넷 블로그, 카카오 페이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글과 사진은 외면받는다. 가까운 친구만 찾을 뿐이다. TV, 영화관에 갇혀 있던 동영상이 인터넷에 쏟아져 나왔다. 검색도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에서 한다. 기업이 수용하지 못한 인재도 콘텐츠 공급자로 합류했다. 넷플릭스 영화, TV드라마도 요약·편집해서 보여 준다. 데이터 피로감일까. 그것도 길고 귀찮다. 바이트댄스의 틱톡을 필두로 메타(옛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릴스, 구글 쇼츠 등 쇼트폼 동영상 콘텐츠를 찾는다.

인기 비결은 뭘까. 동영상의 위아래를 엮어 제공한다. 첫 화면을 자동으로 보여 주니 선택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편안함이 있다. 늦은 퇴근 시간에 지친 몸을 던지고 TV 리모컨을 들던 때가 생각나는가. 그렇다. 지친 순간에 들어가는 엔터테인먼트 매체다. 태어나면서 엄마보다 엄마 손 안에 있는 스마트폰을 먼저 본 아이들이 컸다.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한다.

인간은 생존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물체에 민감하다. 내가 먹을지 내가 먹힐 것인지 바로 결정해야 했다. 그 버릇 때문에 움직이는 영상에서 눈을 뗄 수 없다. 거실에 TV를 두면 당연히 TV를 켠다.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스마트폰은 집 창문을 닮았다. 열면 세상이 보인다. 남의 방에 들어간 느낌도 준다. 스마트폰 세로 화면에 최적이다. 이용 방법도 단순하다. 위로 올리거나 아래로 내리면 된다. 최대 15초 내 짧은 동영상이다. 웃기고 재밌다. 사라져 가는 TV에 대한 향수일까. 생각 없이 보면 된다.

정보 수집을 하거나 뭔가 배우기엔 너무 짧다. 그땐 구글 유튜브나 포털 검색을 하면 된다. 데이터 폭증 시대에 많은 동영상을 훑고 지나간다. 하나의 화면에 하나의 콘텐츠다. 데이터를 놓치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도 없다. 스마트폰으로 쉽게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 짧으니 제작도 쉽고 편집도 쉽다. 동영상을 꾸미는 음악 등 기초재료는 플랫폼이 지원한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 광고 화면도 동영상 콘텐츠와 비슷해서 부담이 없다. 힘든 삶에 힐링이 된다. 일하다가 본다. 놀다가 본다. 가족 식탁 또는 카페에선 가족, 손님을 앞에 두고도 본다. 소비자도 되고 공급자도 될 수 있다. 그래서 오래 머문다.

풍경, 지식 중심 콘텐츠보다 사람 활동 중심 콘텐츠다. 비대면 언택트 시대에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불안하다. 쇼트폼 콘텐츠에 사람이 많다. 사람으로 말미암아 덕을 보고 사람으로 말미암아 스트레스를 받는 시대다. 나를 위해 쇼를 하는 사람들이고,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엿보기를 좋아하는 현대인의 음흉함도 충족된다. 우리가 스타벅스를 찾는 것과 다르지 않다. 모르는 사람을 볼 수 있고, 인사할 필요가 없다. 그 속에서 내 일만 하면 된다. 분·초를 다투며 급하게 사는 세상이다. 짧은 콘텐츠의 연속이니 보다가 끊겨도 좋다. 쇼트폼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을 지원하는 기업(Multi-Channel Network)도 생겼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접속 콘텐츠, 접속 시간대, 접속 시간 등을 고려해 영상 콘텐츠를 추천한다. 라이브 커머스로 물건도 팔 수 있다. 인플루언서, 연예인, 기업 등 브랜드 마케팅이 쉽다.

고칠 점은 없을까. 섞여서 돌아가는 콘텐츠가 광고임을 알리지만 헷갈릴 수 있다. 콘텐츠를 올린 누구는 대가를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한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것인가. 콘텐츠 공급자와 이용자의 역량을 기르고 조직화해야 한다. 스마트폰에 빠져 사람의 가치를 잊어서도 안 된다. 디지털 예절이 중요한 이유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국가지식재산위원) sangjik.lee@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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