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마켓플레이스 판매자 대상 풀필먼트 서비스 '제트배송'을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 제트배송으로 직매입 중심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고, e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쿠팡은 최근 제트배송 전담팀인 ROD 조직의 규모를 확대하고 어카운트매니저(AM)와 프로그램매니저(PM) 등 담당 인력을 대폭 늘렸다. 상품 제조공장과 협업도 추진한다. 공장에서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쿠팡 제트배송 풀필먼트를 활용해 직접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다.
제트배송은 쿠팡 직매입 상품에만 적용되던 로켓배송 풀필먼트를 오픈마켓 판매자에 제공하는 물류 서비스다. 쿠팡이 알고리즘으로 예측한 재고 데이터를 제공하면 판매자는 상품을 쿠팡 물류센터에 입고시킨다. 입고된 상품 물류와 배송, 고객서비스(CS)는 전부 쿠팡이 맡는다. 판매자는 상품기획과 가격 관리, 마케팅에만 집중하면 된다.
쿠팡 제트배송 강화의 배경은 외형 성장과 수익 개선 때문이다. 매입대금 전체가 매출로 잡히는 직매입 구조인 로켓배송과 달리 제트배송은 오픈마켓처럼 수수료만 매출로 인식한다. 그 대신 수수료율이 높다. 쿠팡 오픈마켓인 마켓플레이스 수수료율은 4~11%인 데 비해 제트배송 수수료율은 30%에 달한다. 쿠팡은 제트배송을 통해 수수료 수익을 챙기면서 풀필먼트 생태계도 강화할 수 있다. 판매자 입장에서도 500만이 넘는 로켓와우 멤버십 회원에게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업 매출을 대폭 키울 수 있다.
이는 아마존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FBA)과 유사한 모델이다. FBA 역시 셀러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고 상품을 자체 물류창고에 보관, 배송까지 대신 완료해 주는 서비스다. 아마존 전체 거래액에서 3%에 불과했던 오픈마켓(3P) 비중은 FBA 도입 이후 빠르게 성장해 2015년에는 50%를 돌파, 직매입(1P) 비중을 넘어섰다. FBA는 판매자와 고객을 록인(Lock-in)시키며 아마존이 미국 e커머스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쿠팡 역시 점유율 확대가 필요하다. 증권가가 추산한 쿠팡의 지난해 거래액은 30조원을 웃돌지만 국내 e커머스 시장 내 점유율은 20%에 못 미친다. 출혈 경쟁을 지속하는 가운데 적자 개선을 위해서는 시장 지배력을 높여야 한다. 쿠팡 매출에서 직매입 비중은 90%로 제트배송 포함 3P 비중은 10%에 불과하지만 거래액 기준으로는 40%에 이른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아마존 FBA처럼 쿠팡 제트배송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면서 “3P 거래액 확대는 쿠팡이 아마존처럼 국내 e커머스 시장의 40%를 점유하게 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풀필먼트를 통해 제트배송 유입이 늘면 거래액 성장으로 이어져 향후 쿠팡이 국내 e커머스 시장 지배력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