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법' 발표…국내 기업 ESG 경영 '비상'

탄소중립·인권침해 공급망 실사
각국 협의, 3년 뒤 국내법 전환
현지법인·수출中企 대응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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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역내 기업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제할 수 있는 'EU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법'을 공개했다. 유럽의회와 회원국 협의를 거쳐 빠르면 1년 후에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이 시행되면 EU 기업은 물론 이들과 거래하는 기업은 노동 인권 침해 및 환경 파괴 여부, 탄소중립 등 지속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공급망을 주기적으로 실사받게 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에 ESG 경영 '비상경보'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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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원회는 23일(현지시간) 'EU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법'을 공개하고 역내 9400개 기업을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법안에 따르면 EU는 역내 기업과 거래하는 기업을 상대로 탄소중립 국제 합의 준수와 생태계 교란 등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지 규제한다. 또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서 강제노동·아동노동 등 인권침해 요소는 없는지, 작업장 안전은 지키는지 점검한다.

EU는 일부 회원국이 공급망 실사를 자국 규정에 도입하고 일부 기업이 자발적 조치를 취하지만 실질적인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해 기업의 대대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법안 취지를 전했다. 조빛나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장은 “프랑스, 네덜란드는 이미 공급망 실사 법안을 국가법으로 자체 시행하고 있고, 독일은 내년부터 시행한다”면서 “환경·인권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개별 국가에서 실시하고 있는 규제를 EU 전체로 확대 적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법 시행과 함께 당장 적용받는 그룹1과 2년 유예기간을 주는 그룹2을 구분하고, 중소기업은 일단 배제했다. 그룹1은 임직원 500명 이상, 연매출 1억5000만유로(약 2030억원) 이상의 대기업이다. 그룹2는 섬유·농수산식품업·광업 등 고위험 섹터의 임직원 250명 이상, 매출 4000만유로(약 540억원) 이상 중소·중견기업이 해당된다. EU는 그룹1에 역내 기업의 1%에 해당하는 9400여개 기업, 그룹2에는 5000여개 기업이 포함될 것으로 추산했다.

법안에는 기업의 공급망 실사 의무 이행 강제 수단으로 행정 제재와 민사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유럽의회 및 각국 정부와 1년 이상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정식 법안이 완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안이 국내법으로 전환되면 3년 뒤부터 기업에 실사 의무가 부과된다.

EU는 비회원국 기업은 일단 직접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현지에 법인을 설립한 대기업은 물론 EU 기업에 수출하는 중견·중소기업까지 ESG 준수 사항을 인증·보고해야 하는 상황이다. EU 회원국들은 공급망 실사 지침을 위반한 회사와 거래하는 기업에 벌금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수 한국생산성본부 ESG경영연구소장은 “당장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은 비상 상황”이라면서 “유럽에 법인을 두고 완제품을 수출하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는 직접 제재 대상이 되고, SK하이닉스와 현대모비스는 현지 수요기업으로부터 EU 공급망 실사 기준을 충족할 것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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