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 휘발유 등 석유제품 재고가 줄고 유전과 가스전 인수합병(M&A)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제품 수요가 늘며 국제 유가 등이 가파르게 올랐지만,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유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영국은 석유와 가스 생산을 지속 생산하기로 했다. 오는 2050년까지 순탄소 배출을 제로로 하는 넷제로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과 대비된다.
영국 정부는 올해 북해에서 신규 유전 6개와 가스전 개발을 승인할 전망이다. 재무장관이 에너지부 장관에게 조기 승인을 요청했다.
영국 정부 움직임은 에너지 안보 강화와 관련돼 있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에너지 안보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북해는 영국 에너지의 73%를 공급하고 천연가스 수요의 47%를 충족한다.
영국 정부는 신규 유전과 가스전 승인이 미뤄질 경우 오는 2030년까지 가스 생산량이 75% 줄고 유가 충격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에서는 석유제품 수요가 몰리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미국 휘발유 재고는 2억4839만배럴로 같은 기간 5년 평균 대비 3% 낮았다. 미국 동북부, 남부에서 동부에 이르기까지 폭풍과 폭설 등 기상 악화에도 휘발유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휘발유 공급이 913만 배럴로 90만 배럴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수요 강세가 두드러진다.
석유 회사들 간 자산 거래는 늘고 있다. 세계적 에너지 기업인 쉘이 페르미안 자산 일부를 코노코필립스에 95억달러에 매각했고, 체사피크에너지는 바인에너지로부터 루이지애나주 북서부 셰일가스전과 마셀러스 석유 및 가스전을 각각 22억달러, 25억달러에 인수했다. 3억달러 안팎 소규모 M&A도 활발해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국제 유가와 천연 가스 가격이 오르고 있고, 자산 M&A가 이전과 비교해 활발해지고 있다”면서 “다만 세계적 탄소중립 기조는 변함없기 때문에 환경 설비 투자 등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