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무산으로 국내 조선업계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는 조선업황 개선으로 큰 영향이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과당경쟁 등이 촉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7일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수주 일감을 2~3년치 이상 확보해놨다”면서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무산에 따라 과당경쟁 가능성이 남아 있고 길게 보면 조선업계 경쟁력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조선 3사는 초대형원유운반선(VLCC)과 1만2000TEU급 대형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향후 저가 수주 경쟁이 불거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신규 발주도 기대를 밑돌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선업계가 노후 선박 교체 수요를 기대하지만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향후 10년간 연간 3400만~4000만CGT로 전망됐다. 이는 불황기였던 2016~2020년 연평균 2700만CGT 대비 높지만 '슈퍼 사이클'이었던 2003~2008년 연평균 6000만CGT에는 크게 못 미친다.
조선 3사의 투자 여력도 녹록지 않다. 지난 수년간 업황 불황이 이어진데다 2021년도에도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영향으로 큰 폭의 영업 적자를 냈다. 그나마 현대중공업은 재무 상태가 괜찮지만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열위에 있다. LNG추진선을 대체할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추진선 등 세계적 연구개발(R&D)과 상용화 추진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 3사는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맹추격을 받고 있다. 앞서 중국은 2019년 자국 1위 조선사 중국선박공업(CSSC)과 2위 중국선박중공업(CSIC)을 합병했고, 일본은 이듬해 자국 1위 이마바리조선과 2위 JMU 간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과당경쟁을 완화하고 가격 협상력을 높였다. 또 규모의 경제로 생산 원가를 절감하고 기술 공유 및 공동 R&D 등으로 기술 경쟁력을 제고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이 국적 해운사를 통한 자국 발주로 고부가가치 및 친환경 선박 건조 경험을 쌓으며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혀오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조선 3사간 협력관계 강화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