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S 정산 비용 약 4조원...ETS 비용 2000억원
전기료 동결-고유가..올해 적자 10조원 넘을듯
한국전력공사의 올해 기후환경 비용이 작년보다 15% 이상 늘어난 4조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 적자가 예고된 한전이 고유가로 인한 경영 압박까지 커지는 상황에서 에너지전환을 위해 대규모 비용을 지출하는 셈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에너지산업 전반의 투자동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3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비용과 탄소배출권거래제(ETS) 비용으로 총 4조2000억원을 지출할 전망이다. RPS 정산 비용은 약 4조원, ETS 비용은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지난해 RPS 정산 비용으로 3조1905억원, ETS 비용 4323억원을 포함해 기후환경 비용으로 총 3조6228억원 지출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올해는 이보다 약 5700억원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한전이 기후환경 비용에 투자하는 것은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RPS제도로 태양광, 풍력, 수소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데 이 비용은 한전에서 정산한다. 또 배출가스 감축을 관리하는 ETS 비용도 한전에서 부담한다.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고 탄소배출권 제도를 운영하는 비용을 한전이 투입하는 셈이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을 결정하고 2050 탄소중립을 위한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면서 신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재생에너지법을 개정해 올해 RPS 의무이행 비용을 12.5%로 올리겠다고 결정했다. 지난해 9%에서 3.5%P나 인상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신재생 발전 비중 확대, 신재생공급인증서(REC) 초과 공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이 같은 정부 정책이 한전에는 재무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한전의 기후환경 비용은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한 2017년 이후 점진적으로 상승했고 최근 2년간 급격히 증가했다. 2017년 1조9713억원, 2018년 2조1529억원, 2019년 2조6028억원에 이어 2020년 2조5071억원, 지난해 3조622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사상 처음 4조원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하지만 한전 재무 상황을 좌우하는 전기요금은 원료비 연동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이다. 정부가 공공요금 물가 상승을 이유로 통제하고 있다. 여기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올해 4월 전기요금 인상을 백지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한전의 적자가 1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현 요금 인상 시나리오에 변화가 없고 80달러 내외의 유가가 유지된다면 2022년 한전 영업적자는 10조원 이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최근 급격히 상승한 유가는 또 다른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브렌트유는 지난달 26일 기준 7년 만에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며 원료비 상승 추세가 심상치 않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 시가총액이 13조원 수준”이라면서 “10조원 적자가 나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한전 재무구조가 부실해지면 에너지산업 전반 투자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물가관리 차원에서 낮은 전기요금을 유지하는 것은 전력판매자인 한전 재무구조를 악화시켜 탄소중립 이행이 어려워지며 전력산업 생태계 취약으로 이어져 전력공급 안정성 또한 저해된다”고 지적했다.
<표>한국전력공사 기후·환경비용 지출(단위: 억원)
*2021년은 잠정 집계, 2022년은 전망치.
자료: 한국전력공사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