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54〉청년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 삶에 필요한 정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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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르트 호프스테데의 문화차원 이론은 특정 국가 문화가 국민의 가치관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설명한다. 호프스테데는 1960~1970년 IBM의 의뢰를 받아 국가별 문화 차이를 5개 차원으로 구분하고, 이를 문화차원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많은 한계가 있지만 비교문화심리학 연구 전통을 정립하고, 국제 사업 및 국제 커뮤니케이션 등 여러 분야에서 관련한 많은 연구를 촉발한 의의가 있다.

그의 차원은 초기에 4가지였다가 1990년대 홍콩 등 동아시아 국가를 아우르는 추가 연구를 통해 장기지향성(long-term orientation)을 추가했다. 이는 사회의 시간 범위를 설명한다. 장기지향적 사회는 미래에 많은 중요성을 부여하고, 이런 사회에서는 지속성, 절약, 적응능력 등 미래 보상을 지향하는 가치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 동아시아 국가들의 장기지향성은 서구문화권 국가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최근 통계자료와 언론보도 등을 살펴보면 구직 자체를 포기하는 청년이 크게 늘고 있다. 2020년 기준 21만9000여명으로 보도되는데 이는 2015년에 비해 20% 증가한 수치이다.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가 없는 청년을 가리키는 '니트족'이 172만명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있다. 이에 따르면 청년 10명 중 1명은 일도 공부도 구직도 하고 있지 않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우리나라 청년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 청년실업률, 주거지원요청비율, 자살시도율, 카드연체율 등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청년은 3포 세대(연애·결혼·출산 포기)에서 5포, 7포 등 포기가 점차 늘어나는 'N포 세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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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는 청년만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청년 취업 지원사업도 많고 인턴십, 청년내일채움공제회, 청년창업지원사업 등이 정부부처별·지자체별로 다양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의 노력이 부족하고 헝그리정신이 부족하다고 한다.

지금까지 부모세대와 기성세대는 빠른 산업화를 겪으며 현재의 한국경제를 일구어 냈다. 과거와 현재를 희생하며 더욱 안정된 미래를 기대하며 노력했고, 결과적으로는 보상을 받았다. 우리 사회에서 노력하면 보상받을 것이라는 믿음은 위에서 기술한 장기지향성 가치이다. 기성세대의 장기지향적 삶은 성공했고, 증명됐고, 우리 사회에 주된 가치관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어느 세대보다 많은 교육을 받고, 뛰어난 스펙을 쌓은 우리나라 2030 청년은 부모보다 가난하고, 노력하면 보상받을 것이라는 주장을 믿을 수 없는 세대가 됐다. 무서운 기세로 오르는 집값은 청년에게 한탕 없이는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021년 말 서울에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한 푼도 안 쓰고 38년을 모아야 한다는 발표를 내놓았다. 연일 언론에서는 MZ세대 퇴사율이 높음을 보도하고, 암담한 현실에 청년은 퇴사 이후 코인이나 주식·경매에 뛰어들고 있다.

청년을 위한 정책 대부분은 취업을 지원하는 특정 시점의 단기적 정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취업 이후 묵묵히 노력하면 결혼도 출산도, 언젠가는 내 집도 마련할 수 있다는 장기지향적 가치관을 실현할 수 없는 세대에게 기성세대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어려움을 감내하라고 한다. 정책적으로 2030 청년이 어떤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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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청년의 삶을 장기적, 거시적으로 보고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2~3년을 지원하고 이들이 취업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청년에게 가능성을 열어 주어야 한다. 임대주택 제공이 아니라 적정한 노력을 기울이면 원하는 지역에 자기 집을 가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고, 양육비용이 걱정돼 출산을 하지 않으려는 신혼부부에게 탄탄한 국가양육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 청년이라는 특정 세대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계속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세대의 삶 자체에 무엇이 필요한가를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하는 시점이다.

심지현 숙명여대 인적자원개발학과 교수 shimx013@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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