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망 이용계약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는 데 대해 여야의 초당적 협력은 물론 정부와 시민단체까지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대선 이후 법안 논의에 본격적인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국회에서 '인터넷망 이용의 공정화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여야 의원과 공동주최하고 국회에 계류된 망이용대가 공정화법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효창 경실련 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두원공대 교수)은 공정위 '통신3사 망 접속료 차별신고' 무혐의 처분 통지 내용을 공개하며 법안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앞서 경실련은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가 구글, 넷플릭스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지 않는 게 불공정하다며 3사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통신 3사가 지속적으로 구글, 넷플릭스에 망 이용대가를 요구했지만 이들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거부한 점 △실제 이 같은 요구에 따라 망 이용대가를 내는 글로벌CP가 존재하는 점 등에 비춰 통신사의 적극적 차별의도가 없다고 판단했다. 글로벌CP의 지불 거부가 인정되지만 그 책임이 통신사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므로, 통신사를 처벌할 수는 없다는 논지다.
방 위원장은 “공정위의 통신 3사 무혐의 판단은 망 이용대가 관련 법의 필요성을 반증한다”며 “글로벌 CP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망 이용료 지급을 거부하고 있으므로 이를 강제할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방 위원장은 LG유플러스 사례를 들며, 통신사가 망 이용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콘텐츠 계약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무력화하는 것도 문제라고 봤다. 사업자 간 이해를 떠나, 데이터트래픽 이용에 대한 단가는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법적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시민단체의 글로벌CP의 망 이용대가 거부가 부당하다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는 입장이 확인됐다. 국회 논의에 방향타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국회의 망 이용대가 공정 계약 입법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정부는 이전까지 망 이용대가 관련 제도가 가이드라인 수준으로 관리하며 신중한 입장이었만 갈등 상황이 지속·심각해지는 만큼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조승래·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성중·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망 이용대가공정화법을 각각 발의하고 토론회를 공동주최는 등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에 CP 진영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영기 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망 이용대가 지불이 의무화되면 국내CP가 해외에서도 지불해야 하는 근거가 될 텐데 창작자에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한국의 콘텐츠 강국 위상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