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모빌리티 융합을 선언한 현대차 핵심 전략은 '공용 플랫폼'이다. 소비자가 당장 구매해 바로 사용하는 완성형 로봇이 아닌 사용자 환경에 따라 최적의 상품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일종의 로봇 개발 키트인 셈이다. 현대차는 휴머노이드나 4족 보행 로봇보다는 바퀴로 구동하는 휠드-레그드(wheeled-legged)형 로봇 사업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
현대차는 CES 2022 부스에서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를 공개했다.
모베드는 크기 등 확장성과 다양한 분야의 응용이 가능한 PnD(Plug&Drive) 모듈로 완성됐다. PnD는 각 바퀴의 독립적 구동이 가능한 인휠(in-wheel)모터를 비롯해 스티어링, 서스펜션, 브레이크 시스템 과 환경인지 센서를 하나로 결합한 모듈이면서, 일체형 모빌리티다.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달리 바퀴가 핵심이다.
모베드는 납작한 직육면체 모양으로 인훨 모터와 바퀴의 위치 제어 기술로 요철·경사로뿐 아니라 보행 로봇처럼 계단에서도 수평을 유지할 수 있다. 모베드를 유모차로 꾸미거나 방송 장비나 서빙 장치 등을 얹으면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국물이 들어간 음식물을 흘리지 않고, 안전하게 나를 수도 있다.
현장에서 살펴본 모베드는 4개 바퀴가 제각각 서로 다른 높이와 각도로 움직이며 경사로와 둔덕을 흔들림 없이 넘었다. 360도 회전하면서 한쪽 바퀴를 들어 올리는 묘기를 펼치기도 했다.
이는 현대차가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모베드는 간단한 코딩만으로 소비자가 자신의 필요에 맞게 로봇의 움직임을 조정할 수 있는 개발 환경을 제공한다.
현대차는 앞으로 휠드레그드 기반 로봇 사업에 무게를 더 둘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기술 복잡도가 낮아 상용화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보행 로봇은 각종 센서(이미지·자이로) 데이터를 분석, 필요한 동작이나 자세·균형감을 잡는다. 관절마다 서버모터 등을 장착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량도 크다. 현대차는 휠드-레그드형 로봇의 에너지 소모량이 4족로봇 스팟과 비교해 30%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모베드는 배터리가 방전돼도 넘어질 일이 없다.
현동진 현대차 상무는 “현대차의 모든 로봇은 개발자들이 각각 필요에 따라 간단한 코딩만으로 용도를 설정할 수 있도록 오픈(공용화) 플랫폼으로 개발 중”이라며 “공용화를 한다는 것은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서 단가를 낮추겠다는 것이고 상용화의 가장 큰 과제는 가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모베드를 2024년에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