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료방송 플랫폼 운영 효율성 강화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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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실의 발표에 따르면 인터넷(IP)TV 3사를 통해 공급되는 채널 가운데 40% 시청률이 0.0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IPTV 3사가 약 260여개 채널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는 가운데 절반 가까운 100여개 채널은 10만명당 1명도 채 보지 않는 채널이다.

김영식 의원실이 시청률을 0.01% 미만으로 표현했지만 실제 시청률은 더 처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정도 시청률이면 리모컨으로 다른 채널을 넘기는 재핑 행위에서 살짝 잡힌 것일 수도 있다. 과격하게 말해 시청자가 거의 보지 않는 채널이다.

아무도 시청하지 않는 채널에 IPTV 3사는 연간 평균 약 170억원을 지급하고 있다. 일단 IPTV에 편성되기만 하면 시청자 선택과는 상관없이 일정한 수익을 보장 받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오래된 지상파나 멀티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면서 투자가 정말로 절실히 요구되는 제작 중심의 중소 PP에 돌아가야 할 재원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케이블TV 사업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자 요금을 올릴 수 없는 구조에서는 콘텐츠를 통해 IPTV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그러기 어려운 상황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의 경쟁에서 가격도 콘텐츠도 경쟁 무기로 쓰기 어렵다는 뜻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중심으로 하는 중소 PP가 만든 콘텐츠가 매번 성공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데 IPTV 사업자 재원 구조상 콘텐츠 투자 확대는 불가능하다. 반면 속칭 '좀비PP'는 그러한 노력도 없이 최소한의 투자를 통해 계속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다.

이 같은 구조가 고착되면 의욕적으로 콘텐츠 투자를 하고자 한 중소 PP도 결국 편성 전문 PP로 전환하려는 유인이 강하게 생긴다. 결국 IPTV가 처음 만들어질 때 콘텐츠 다양성을 목표로 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그런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렇다고 IPTV 사업자 입장에서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IPTV가 이러한 좀비PP를 정리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채널 편성·종료에 대해 정부가 여러 제도를 통해 규제하고 있다. 좀비PP를 공급하지 않고 콘텐츠에 투자하고 싶어도 제도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투자를 늘리는 것은 가능해도 효율적 재편성은 불가능하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한 각종 협의체에서도 채널 종료나 부실PP 퇴출에 대한 부분을 심도 있게 논의했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PTV와 케이블TV가 최소한의 편성 자율권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투자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IPTV와의 경쟁을 본격화한 글로벌 OTT는 '오징어게임'과 같이 제대로 만든 콘텐츠 1편으로 수천만명의 고객을 분기에 끌어당기고 있다.

이제는 몇 백개 채널을 공급하는 다채널 서비스가 낡게만 느껴진다. 그리고 좀비PP가 공급하는 콘텐츠는 대부분 주문형비디오(VoD)나 유튜브, OTT 등에서 제공되고 있다. 이용자는 잘 보지도 않고 다른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해 이중 납부하는 셈이다. IPTV 사업자 역시 품질이 더 좋은 콘텐츠 수급이 어렵게 된다.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구조가 된다.

정부는 IPTV와 케이블TV 사업자에 정책적 신호를 새롭게 줄 필요가 있다. 성실하게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PP에 더 투자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아무도 보지 않는 좀비PP는 과감하게 퇴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좀비PP 가운데 자체 제작 비중이 낮거나 아주 오래된 콘텐츠만 공급하는 채널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퇴출할 수 있어야 한다.

10여 년 전 채널 편성 등에 관한 규제를 시행할 당시에는 유료방송 외 마땅한 콘텐츠 공급 창구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엄격하게 규제했다. OTT가 시장 주류로 떠오르고 유료방송은 레거시 미디어가 된 현재 유료방송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OTT는 콘텐츠 수급과 퇴출, 알고리즘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다. 이제 IPTV를 포함한 유료방송 사업자에도 이러한 운영의 효율성을 나타낼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 yh.kim@openrout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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