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현 교수의 글로벌 미디어 이해하기]〈48〉새로운 전쟁을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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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어느덧 2021년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 지으면서 희망찬 2022년 출발을 기대해야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어지러움과 어려움 속에 있다. 전혀 연말 같지 않은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올 한해 미디어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도 이런 세상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올해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전쟁이 본격화됐을 뿐 아니라 OTT가 방송 본류를 넘볼 정도로 성장한 시기였다. 지난해 코로나19가 OTT 전쟁 방아쇠를 당겼다면 올해는 그 전쟁이 확대돼 이제는 거대 글로벌 OTT가 미디어 시장 중심이 돼가고 있는 듯하다.

국내에서도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가 통신사와 연합군을 이루면서 국내 토종 OTT와 글로벌 OTT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내년에는 HBO맥스와 파라마운트플러스가 국내 시장에 들어온다고 한다. 거의 모든 글로벌 OTT가 국내시장에서 토종 OTT와 함께 사활을 건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과연 이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모든 방송사업자는 거대한 미디어 빅뱅에서 오는 불확실성과 혼돈 속에서 어떤 준비를 했는지, 정책과 규제 측면에서는 법 개정이나 제도 정비로 이 혼돈을 정리할 틀을 만들었는지 등을 물어야 한다.

네트워크를 소유하는 자만이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제는 네트워크 사업자가 제공하는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콘텐츠를 전송하는 시대가 됐다. 인터넷 속도와 대역폭이 이제는 미디어 산업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5세대(5G) 이동통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국가 안보적 측면에서 5G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 역시 주의 깊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국 통신사는 올해 자사 전략에 따라 5G에 할당된 로우·미드·하이 등 3개 주파수 대역을 사용, 다양한 시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며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하이밴드 주파수 대역을 사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버라이즌 전략은 우리 눈에는 생경하게 보이지만 눈여겨봐야 한다.

국내에서는 할당받은 주파수를 지금까지 활용하지 못해 약속했던 다양한 5G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5G 서비스와 요금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 기본 인프라가 되는 5G가 지금 4G 수준으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기에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ATSC3.0 서비스가 지상파 방송사에 날개를 달아주며 확대일로에 있다. 미디어 빅뱅 시대에 나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UHD뿐 아니라 ATSC3.0이 제공하는 기술을 적극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유료방송과 OTT가 벌이고 있는 미디어 전쟁에서 자기 영역을 구축할 토대를 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부 규제나 제도권 밖에서 성장가도를 달려왔던 빅테크 플랫폼 기업에 대한 독과점으로 인한 불공정경쟁 시비도 더 심화하고 있다. 테크 플랫폼이 삶의 모든 분야에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공익과 산업 진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매의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미국 하원 보고서로 촉발된 문제점과 대처방안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국내에서도 부각되는 심각한 이슈기도 하다.

해외에서 일어나는 미디어 산업 관련 이슈가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갈등을 야기하며 해결방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가올 내년에는 새로운 이슈가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올지, 우리에게 다가올 때 그것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올해를 뒤돌아보며 제대로 된 복기를 해야 올바른 대처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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