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실종된 재정준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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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3일 국회는 내년도 예산을 의결했다. 2022년도 예산안은 국회 논의 결과 정부안보다 3조3000억원 늘어난 607조7000억원으로 확정됐다. 국가채무는 1064조4000억원으로 늘어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도 50.0%로 사상 처음 50%를 넘어서게 된다. 국가채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5년 만에 400조원 넘게 증가했다.

정부는 올해까지만 재정 확장 정책을 운용하고 내년부터 예산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수준으로 회복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계획이 지켜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대통령 선거와 맞물리면서 재정 소요가 필연인 공약이 늘어남에 따라 재정이 쓰일 곳도 늘고 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수년 내 60%를 넘어선다는 게 정부와 전망 기관의 공통 견해이다.

빚은 늘어나는데 재정준칙 논의는 실종됐다. 정부는 지난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이내,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논의는 뒷전인 상황이다.

정부는 브레이크를 만들기 위해 수차례 재정준칙 도입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국제신용평가사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재정준칙이 입법되도록 노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정관리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에서 돌아오는 메아리는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19로 말미암은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재정 역할이 필요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재정이 더 큰 규모로 투입됐어야 한다거나 필요한 곳에 다 쓰이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경제 침체 위기를 재정 투입으로 일부분이이나마 막을 수 있게 된 것은 재정 여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각에서 보기에 정부 재정준칙이 미덥지 않을 수 있다. 정부안은 재정 지출을 강력하게 통제하거나 강제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시행 시기 역시 오는 2025년이다. 정부안이 미덥지 않다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새로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재정준칙은 선택 여부 문제가 아니다. 국제 신용평가사도 지적하듯 한국은 고령화에 따른 지출 압력이라는 변수가 큰 나라다. 코로나19와 같은 예측할 수 없는 위기 상황은 앞으로 더 잦아질 수 있다. 재정이 앞으로도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여력을 비축해야 한다. 국회가 논의하지 않는다면 대선 후보가 나서야 한다. 무조건적인 선심성 공약보다는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 건전성 유지 방안이 포함된 공약이 나오길 기대한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