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전국시대 명의(名醫) 편작이 위나라 왕에게 형들을 칭찬한 일화는 유명하다. 첫째 형은 얼굴에 나타난 표정으로 증상이 있기 전에 병의 원인을 제거하고, 둘째 형은 발병 초기에 치료하기 때문에 자신보다 형들이 더 훌륭한 의사라고 했다.
과거에는 편작의 형들과 같이 노련한 의사의 경험으로 환자를 진단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실시간으로 헬스케어 데이터를 측정하고 공유할 수 있으며, 이에 더해 DNA 정보를 분석해서 미래 질병 예측까지 가능한 세상이 됐다.
디지털헬스케어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국민의 건강한 삶'이라는 목표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아직 가 보지 않은 길인 만큼 부작용, 제도 개선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러나 질병 예방, 치료, 사후관리를 위해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하는 디지털헬스케어는 국민 건강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한 사람이 시대적 변화를 끌어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는 2019년 4월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디지털헬스케어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의료, 법률, 기술, 정책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디지털헬스케어 미래를 준비해 왔다. 그동안 디지털헬스특위는 의료 분야 마이데이터 활용 방안을 논의해 왔다. 그 성과로 지난 2월 국민이 자신의 건강정보 결정권을 갖고 자신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마이 헬스웨이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새로운 시도인 만큼 안전한 데이터 활용을 위한 대비,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 플랫폼 구축 등 풀어야 할 과제는 많지만 의료 분야 마이데이터 청사진을 만든 것은 보람 있는 일이었다.
지금 디지털헬스특위는 헬스케어 분야에 디지털트윈(Digital Twin)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 가운데 하나인 디지털트윈은 실제 존재하는 대상을 이를 모사한 디지털 대상과 동기화해 실시간 상황 파악과 예측 등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그동안 의료 분야 마이데이터를 구축하고 개방하는 방안을 고민했다면 이제는 그 데이터들을 실제로 활용해서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디지털트윈을 접목, 국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 제공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당뇨·심혈관 등 만성질환 대상으로 디지털트윈을 활용한 서비스 모델을 마련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데이터·법제도·환경·인프라·기술 분야 과제를 구체화해 나갈 것이다. 누군가가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며, 당장 현실에 적용하기는 어렵더라도 풀어야 할 문제와 이슈를 명확히 해서 과제를 하나씩 풀어 나가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잘 대처하고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국민 노력과 희생, 뛰어난 의료 인력·체계·제도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신속한 재난지원금 지급, 편리한 백신 접종 안내 등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디지털 인프라와 국민의 디지털리터러시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K-팝, K-드라마가 그동안 쌓아 온 역량을 세계에 알렸듯 우리나라 의료와 디지털이 만난다면 K-디지털헬스케어가 세계를 선도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윤건호 4차산업혁명위원회 디지털헬스케어특별위원장 yoonk@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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