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P2E 게임으로 쌀먹에 도전...본지기자 NFT게임 참전기

자동전투 설정해 종일 플레이
기대와 달리 성장 더뎌 난감
수익화 기능에만 집중하면
게임하는 본질에서 멀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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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4'에서 암호화폐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버전을 이용해야 한다. 국내 버전은 국내법 준수를 위해 지원하지 않는다. 국내 이용자는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접속해야 한다. 게임사에서는 공식화하지 않은, 절대로 권장하지 않는 방법이다. 취재를 위해 한시적으로 이용했다.

미르4에서 현금을 얻는 방법은 간단하다. '흑철'이라는 아이템을 캐면 된다. 우선 레벨 40까지 성장시켜야 한다. 그래야 교환 메뉴가 활성화된다. 게임 내 흑철을 모아 '드레이코'라는 유틸리티 코인으로 전환한다. 드레이코 코인을 매도하면 위믹스 크레디트로 바뀐다. 위믹스 크레디트를 위믹스 코인으로 전환해 빗썸 위믹스 입금주소로 전송한다. 그리고 원화로 바꾸면 쌀을 사 먹을 수 있다. 쌀 10㎏들이 가격은 4만원 안팎이다.

흑철은 비천비곡 등에서 얻을 수 있다. 이곳에 입장하려면 레벨이 30을 넘어야 한다. 캐릭터를 만들 때까지만 해도 쉽게 도달해서 몇 번 채굴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산이었다.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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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같은 흑철 사랑

요즘 게임은 내가 아니고 휴대폰이 한다. 당연히 미르4도 자동전투로 돌려놓고 출근했다가 퇴근할 때 즈음에는 적당히 성장해 있을 줄 알았다. 아니었다. 자동전투를 지원하지만 임무마다 버튼을 눌러 줘야 했다. 컷 신도 많았다. VPN을 썼기 때문에 핑도 좋지 않아 게임 환경이 쾌적하지도 않다.

임무를 빠짐없이 수행하면서 이틀에 걸쳐 레벨 31을 만들었다. 드디어 흑철을 캘 수 있게 됐다. 흑철 앞에서 선 채로 채광을 클릭하는 순간 다른 이용자가 나를 공격해 왔다. 감격스러운 순간을 앞두고 쓰러지고 말았다.

비천비곡은 PK 지역이다. PK는 온라인 게임에서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걸 말한다. 상대 아이템을 뺏기 위해서나 사냥터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자를 몰아낸다. 흑철 채굴지는 대부분 PK 가능 지역이다. 캐릭터 성향을 나타내는 지표인 카오수치가 내려가지 않아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면 바로 죽이는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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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철은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곳이 많다. 장비 강화, 옵션 감정 등 필수 재화다. 들어가는 곳이 많으니 경쟁도 치열하다. P2E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드레이코 코인을 노리는 이도 많다.

등급 높은 황금색 광물 같은 경우 하나를 캐는 데 약 10초 소요된다. 300개 정도 캔다. 주위 이용자가 그냥 캐도록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싸우고 또 싸운다. 채굴지 근처에 캐릭터를 세우고 '피격 시 반격'이라는 옵션을 켜 놓으면 종일 PK만 하는 자신의 캐릭터를 볼 수 있다.

길드 개념의 '문파'가 지역 통제를 시도하기도 한다. 강해지기 위해 흑철이 필요한데 흑철 공급량은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거대 문파가 인원을 모아서 문파원만 채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해당 문파 소속 인원이 아닌 사람들은 이를 뚫으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흑철 근처에서 계속 싸움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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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시작한 지 나흘째 되던 날 드디어 하루 3000개 정도 흑철을 캤다. 직접 플레이해야 하는지라 직장인 기준으로 하루 2~3시간 이상 플레이는 어려워 보였다.

그럼 이 흑철 3000개가 바로 쌀 먹을 수 있는 돈으로 환전되느냐. 그건 아니다. 교환비가 조금씩 바뀌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흑철 10만개를 1드레이코 코인으로 바꿀 수 있다. 이 아수라와 같은 삶을 약 1개월 해야 1드레이코 코인으로 바꿀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럼 1드레이코 코인으로 쌀을 사 먹을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2일 현재 드레이코과 위믹스 교환비율은 1:0.04 수준이다. 25개 드레이코 코인을 모아야 1위믹스다. 1위믹스는 현재 1만8000원선이다. 쌀 10㎏ 가격은 4만원 안팎이다. 적어도 3위믹스는 있어야 한다. 이것도 수수료를 제하고 계산했을 때다. 3위믹스면 필요한 흑철을 계산하다가 조용히 계산기 애플리케이션(앱)을 닫았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비곡지역 2층 이상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그러려면 캐릭터가 강해져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 흑철을 장비 강화에 사용했다. 빨리 진행하기 위해 99.99달러 패키지 상품을 샀다. 돈을 얼마나 벌지 궁금해서 코인을 캐러 왔으면서 패키지 상품에 돈을 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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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렇게 패키지로 얻은 금화로 바로 게임 내 거래소에서 드레이코 코인을 살 수 있다. 거래소에서 구할 수 있는 '포장된 희귀 흑철상자'에 10만개 흑철이 들어있는데 대략 400~500금화 정도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 금화는 현금으로 살 수 있는 게임 내 재화다. 1+1 혜택이 주어지는 결제 패키지를 제외하면 금화당 대략 약 30원이다. 그리고 99.99달러면 쌀 10㎏ 두 포대도 살 수 있다. 그러나 게임은 게임이다. 겜돌이 DNA에는 '스펙업'만 보였다.

채굴에서 하루 적게는 3000개, 많게는 약 7000개 캐는 수준까지 육성하는데 기자 기준으로 약 보름 걸렸다.

하루 두 번 들어갈 수 있는 '마방진' '비정봉'에서도 흑철이 나온다. 마방진은 랜덤 이동 특징이 있어 흑철방에 갈 때까지 계속 버튼을 눌러야 한다. 설령 이렇게 도달한다고 해도 PK 지역이다. 코인 한번 캐 볼까 하고 들어온 나 같은 풋내기는 바로 '끔살'이다. 싸움을 원하지 않으면 흑철 말고 진기를 모아 거래소에 팔아서 금화로 흑철상자를 사는 방법도 있다. 이쯤 되니 내가 게임을 하는 건지 거래소 딜러가 된 것인지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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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결과적으로 1개월 동안 미르4를 플레이했는데 아직 쌀은 사지 못했다. 흑철이 용도가 많아서 꾸준히 모으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간 대비 수익효과가 크지 않아 보였다. 같은 시간에 배민 커넥트를 하는 게 수익이 더 많다.

P2E 게임이라 불리는 게임에서 수익화 기능은 게임의 부가적인 콘텐츠로 인식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추후 P2E 게임이 고도화되면 부분무료화(F2P) 게임처럼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새 모객 요인과 새로운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 정도로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P2E 열풍 이후 게임을 하는 행위 자체가 수익 행위로 인지되는 경향이 강한데 그럴수록 게임 본질과 멀어진다. 현행 게임법 관점에서 바라보면 도박과 큰 차이가 없다. 흑철을 캐는 행위가 우연적 요소가 아니지만 결국 획득한 아이템을 환금화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행성에 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NFT와 결합한 게임을 즐기려면 게임법 규정이 단순히 NFT를 허용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행성 규정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사회적 토론과 합의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돈이든 모객 요인이든 새 플랫폼이든 게임은 게임다워야 생명력을 얻어 이용자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게임사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원론적인 결론에 닿는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2일 “재미있는 게임이 필수 요소가 돼야 한다”며 “재미없는 게임을 억지로 P2E 게임으로 접근하면 지속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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