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계고 현장실습 제도 개선 간담회

“현장실습을 하고 있는 학생에게도 직원과 같은 강도의 업무를 지시하는데, 학생들은 부당한 지시를 받아도 거부할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께 하소연한다고 해도 해결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현장실습 나간 회사와 마음이 맞지 않아 학교로 돌아오게 되면 취업할 때 우선순위도 떨어지고 학교에서 눈치를 주면 다른 회사 준비하기도 힘듭니다. 그러니 그 회사를 나오기도 어렵습니다.”
고 홍정운 군 사망 이후에도 직업계고 학생들이 현장실습 도중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하소연이 쏟아졌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0일 여수 현장실습생 사고와 관련해 고 홍정운 군의 친구를 비롯한 직업계고 학생 21명과 정부세종청사에서 온·오프라인 간담회를 열었다. 고 홍정운 군과 함께 학교를 다닌 여수해양과학고 학생 5명을 비롯해 총 9명이 현장에, 12명의 학생이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현장실습 도중 이민호 군이 사망한 이후 정부는 학습 중심으로 현장실습 제도를 개선했지만, 취업률이 급락하자 사실상 현장실습제도를 부활시키면서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제도를 개선한 지 2년만에 다시 사망사고가 일어났으며, 이를 계기로 돌아본 직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제도는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다.
포항 직업계고의 신OO 학생은 “현장실습은 일을 체험하러 가는 것이지 일을 하러 가는 것이 아닌데 직원과 실습생의 일의 강도가 같아 고등학생으로서는 따라가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대전의 직업계고 황OO 학생 역시 “직원들과 현장실습생 구분이 뚜렷하지 못한 점이 아쉬운 점”이라면서 “학생들이 이의제기를 할 수도 없고 저나 선생님이 해결할 수 있는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자체적으로 부당함을 항의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처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현장실습을 어떻게 해야 할지 기업주나 대표들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주의 최OO 학생은 “학생들은 어른들의 요청을 거절할 수 있는 힘이 없다”며 “현장실습 중 학생들에게 시켜야 할 것과 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어른들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학생들은 학생은 기업과 학교의 눈치를, 또 학교는 기업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광주의 직업계고 김OO 학생은 “현장실습 갔다가 마음이 안맞아서 다시 학교로 돌아올 때, 학교에서 취업을 지원할 때 우선순위가 떨어진다든가 안좋은 점이 있다”며 “학교로 돌아오면 또 다른 부정적인 영향으로 새로운 기회가 차단되지 않고 학교에서는 그런 상황까지 감안해 다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 직업계고 최OO 학생은 “교사는 학교에 실습을 부탁해야 하니 안전 점검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고용노동부나 산업인력관리공단 같은 곳에서 현장에 나가 안전점검을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실습을 하는 학생들에게 기업이 급여를 지급하다보니 기업은 학습보다는 돈이 되는 일을 시키려는 것 같다”며 “실습비를 국가에서 전액 지원해준다면 무리한 일을 시키지 않고 학습중심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정병익 교육부 평생교육국장은 “현재 최저임금 180만원 중 120만원은 기업이, 나머지 60만원은 정부가 지원을 한다”며 “전액 지원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유은혜 부총리는 “이번 사고 이후 교육부는 고용부 등 관계기관과 함께 기업에 대한 현장실습 지도점검을 실시 중이며, 현장실습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사고 발생으로 현장실습 폐지를 논하기 보다는 현장실습 및 산업안전과 관련한 법령을 개선하고 학교, 기업 지원을 위한 예산 확대 추진,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보완 등을 통해 꼭 필요한 현장실습이 안전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모두가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