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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필름 대명사인 코닥은 과거 명성과 노력, 투자비가 아까워서 디지털카메라로의 변화를 거부하다가 2012년 미국 연방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뒤이어 닌텐도, 노키아, 소니도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줄줄이 몰락했다.

요즘 한국 금융사도 비슷하다. 채널과 조직을 혁신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경제 주체로 떠오른 MZ세대의 눈높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

MZ세대 등장으로 한국의 미래 금융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디지털 금융 삼국지 시대가 도래했다고 평한다. 빅테크, 핀테크, 빅뱅크 등 진영으로 나뉘어 미래 금융시장 패권을 놓고 플랫폼 전쟁을 벌이고 있다.

빅테크에는 카카오, 네이버 등 초대형 플랫폼 기반 기업이 포진해 있다. 핀테크는 토스, 뱅크샐러드 등 신기술 기반의 혁신 스타트업 진영이다. 빅뱅크는 KB금융, 신한, 우리, NH농협, 하나금융 등 전통 금융사다.

이들 세 진영은 끊임없이 경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상호 협력 진영을 구축한다. 전통 금융사는 핀테크 진영과 협력해 디지털전환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 핀테크 스타트업은 전통 금융의 풍부한 자본력, 리스크 관리 노하우를 접목한다.

플랫폼 전쟁에서 승리의 키는 바로 '데이터'다.

이미 이종기업 간 데이터 동맹은 시작됐다. 아마존과 골드만 삭스 협업 모델이 대표적이다. 양 사는 서로 부족한 데이터를 보강하기 위해 데이터 동맹을 체결했다.

아마존 구매데이터와 골드만삭스의 금융데이터를 결합, 일종의 대형 금융 플랫폼을 구축했다. 데이터 동맹으로 약 1억5000만명의 신규 고객 확보 효과를 봤다.

다양한 금융 서비스도 등장했다. 데이터 결합으로 최근 대안신용평가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소비자가 대출 등을 받으려면 금융정보(신용)를 바탕으로 신용등급이 매겨진다. 종전에는 오로지 금융데이터(이력)로만 평가했다. 반면에 대안 신용평가는 금융데이터와 비금융데이터를 융합해서 평가한다. 빅데이터 기반으로 다양한 정보를 활용하기 때문에 종전 신용평가 방식에서 나타나는 오류를 개선할 수 있다. 금융소외 계층이나 사회초년생, 주부 등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는 효과도 있다.

데이터 컨설팅과 판매사업도 새로운 미래 금융 서비스로 떠올랐다. 데이터 선점 진영이 MZ세대의 파트너가 될 것이다.

MZ세대의 재테크 정보 획득은 온라인 채널이 압도적이다. 지난 2018년에는 친구나 가족, 금융기관 상담 등 전통 방식이 상위권에 속했지만 최근 재테크 정보 획득 경로 1위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정보화 시대 핵심은 데이터로 요약된다. 즉 데이터 동맹에 성공하는 진영이 미래 금융시장을 독식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동맹에 이어 메타버스 기술 도입도 한창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일컫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최근 금융권이 메타버스 활용에 사활을 걸었다. 조회와 이체 등 기능 중심 금융 채널은 이제 자산관리 등 정보 중심 플랫폼으로 역할이 바뀌고 있다. 미래금융 시장에서 업권 간 경계 없이 다양한 혁신과 파괴가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융합을 통한 종합금융 플랫폼을 만든 곳만이 최종 승자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객, 특히 MZ세대에게 토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만이 금융시장에서 독자생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