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스마트폰이 단말 유통 분야 새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외국계 기업이 떠난 자리를 온라인 플랫폼이 대체, 시장 큰손으로 부상한 가운데 그동안 단말 유통을 전담해온 통신사업자 계열사까지 중고폰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KT 유통전문 자회사 KT M&S가 지난달 선보인 중고폰 거래 플랫폼 '굿바이'는 론칭 2주 만에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1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중고폰 판매 의사가 있는 개인과 전문 중고폰 딜러를 중개하는 플랫폼으로 경매 입찰 방식 기반 매입 비교 견적을 제공한다.
공식 서비스 전 시범 운영 단계이지만 전직 농구선수 서장훈을 모델로 한 광고와 블로거 등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쳤다. 260여개 KT직영 대리점을 안전 거래 장소로 제공하고, 중고폰 개인정보 삭제 서비스를 차별화 요소로 제시했다.
앞서 SK네트웍스도 중고폰 전문업체 금강시스템즈를 인수, 무인 매입기 '민팃'을 선보이고 최근 관련 사업부를 자회사로 분사했다. 민팃은 전국 대형마트와 이통사 대리점 등 4000여곳에 민팃ATM을 운영하며 중고가 산정부터 단말 수거까지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분사 이후에는 SK텔레콤 대리점뿐만 아니라 KT와 LG유플러스 일부 대리점까지 입점을 성사시켰다. 과거 외국계 기업이 전담하던 삼성전자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에도 제휴 운영사로 낙점, 다양한 추가 보상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SK네트웍스와 KT M&S 등이 중고폰 시장에 진입한 것은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매출 비중 대부분을 전국 대리점·판매점 단말 유통에 의존하는 KT M&S는 지난해 영업수익(순매출)이 6611억원으로 전년(8124억원) 대비 크게 하락했다. 스마트폰 성능 상향 평준화와 신제품 가격 인상,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쿠팡 등 오픈마켓 채널을 통한 자급제 비중 확대에도 영향을 받았다. 올해는 삼성전자와 애플 등 주요 제조사 부품 수급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로 신제품 물량 공급까지 제한, 단말 유통 분야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글로벌 중고폰 시장은 성장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리퍼폰(중고폰)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4% 성장했다. 보상 판매 프로모션이 활발해지고 유럽 등 선진국 지역에서 자원 재활용 이슈가 부각되면서 중고폰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중고폰 업체 관계자는 “최근 중국 토종 중고폰 기업 아이후이서우가 뉴욕 시장에 상장, 시가총액 20억달러(약 2조 3500억원)를 기록했다”며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플래그십 신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점차 중고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