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전환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우리나라의 행보가 유독 더뎌서 우려된다. 지난 2020년 12월 발의된 '산업디지털전환촉진법'은 1년이 다 되도록 국회 상임위원회 법안소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촉진법은 산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지능정보기술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체계를 담고 있다. 산업데이터의 활용과 보호 규범, 지원 제도와 추진 체계 등이다. 촉진법은 기존 법령에서 규율하고 있지 않은 산업데이터에 대한 원칙을 제시해서 디지털전환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민간이 주도하는 디지털전환 생태계 조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산업계의 목소리다.
촉진법 제정은 '함흥차사'지만 업계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미래차, 전자, 조선, 철강, 에너지 등 10개 업종이 참여해서 2020년 10월에 출범한 산업디지털전환연대는 그동안 150개의 디지털전환 과제를 발굴했다. 과제는 생산 최적화, 서비스 고도화, 제품 지능화, 신산업 창출 등 우리 산업 혁신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관련 법도 없는 상황에서 산업계가 자진해서 나설 정도로 절박한 상황인 셈이다.
28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내놓은 차기 정부의 10대 디지털 혁신 정책과제 가운데 디지털전환 거버넌스 확립과 디지털전환 생태계 조성이 핵심 정책 방향으로 꼽힌 것도 이 같은 요구의 연장선상이다. 협회는 부처별로 추진되는 디지털전환 정책과 사업의 중복 및 비효율,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제도를 획기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한 디지털전환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제조업 비중이 높지만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도 뛰어나다. 다른 경쟁국이 갖추고 있지 못한 고유한 특징이다. 그만큼 디지털전환에 속도를 내야 할 필요성과 당위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제 디지털전환이 더 이상 공회전하지 않도록 국회가 응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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