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분권연구소, 언론인 백기만 기리는 '시절공감 시낭송회' 개최

“님이여, 수정같은 달빛에 창문을 비쳐 천리 밖 님 생각에/나그네 잠 못자는 달밤이외다.//님이여 보아주셔요 푸른 저 달이 웃음 지으며 잠든 대지를 굽어봅니다./님이여, 들어보셔요 풀벌레의 웃음소리가 맑은 바람을 타고 웁니다.”(백기만의 시 '아름다운 달' 중에서)

해방 전후 항일 민족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이며, 교육자, 언론인으로 활동한 백기만을 기리는 '시절공감 시낭송회'가 지난 16일 대구시 향촌동에 위치한 대구문학관 3층 상설전시실에서 열렸다.

시낭송회는 한국문화분권연구소 소속 박상봉 시인이 기획하고 연출했다. 디자인·패션 전문가 석주윤 교수가 무대 공간을 꾸몄고, 대구시와 대구문화재단이 추진하는 '2021 문화예술인 현창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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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만을 기리는 시절공감 시낭송회 모습

문화예술인 현창사업은 지역 출신 문화인물의 생애, 행적, 작품 활동 등을 선양하고, 대구 대표 문화인물을 대외에 알려 지역의 문화적 가치와 도시 브랜드를 확산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한국문화분권연구소(대표 김용락)가 올해 사업을 맡아 문학분야의 선정인물 백기만에 대한 연구 및 현창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날은 대구 근대문학사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목우 '백기만'을 조명하고 암담했던 일제 강점기에 희망을 담아낸 백기만의 시를 비롯해 이상화, 이육사, 이장희, 오일도 시인의 시를 시민들과 함께 낭송했다. 특히 목공예 조각 작품과 쪽염색을 입힌 오방색 천으로 꾸민 독특한 시낭송 무대와 시화전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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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만을 기리는 시절공감 시낭송회 모습

이하석 대구문학관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백기만은 문학사뿐 아니라 문화예술 전반에 영향을 끼친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큰 인물이다”면서 “백기만 현창사업을 통해 문화예술 도시 대구의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진 시낭송회에는 권미강 시인이 백기만의 대표 시 '청개구리'를, 이복희·석주윤·오문희·천병석·최영·서하 등 7명의 시인 낭송가들이 순서대로 이장희·오일도·이상화·이육사·백기만의 시를 유성기로 듣는 그시절 그노래를 배경 음악으로 독특하고 이색적인 시낭송을 펼쳤다.

문화분권연구소는 이번 시낭송회를 시작으로 내달 13일에는 백기만의 문학예술사적 의미를 조명하고 근대문화예술 활동과 항일 정신을 되짚어보는 학술세미나를 연다. 12월에는 조사 연구와 학술세미나 결과물을 바탕으로 백기만을 비롯해 그의 대표 저서 '씨뿌린 사람들'에 등장하는 이상화·이장희·이육사·오일도·현진건·백신애·김용조·이인성·박태원 등에 대한 발굴 자료를 정리·집필해 단행본을 발간한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을 역임한 김용락 시인은 “백기만이라는 문화예술인의 현창사업을 통해 근현대 시인들의 예술혼과 일제 강점기의 독립운동 정신을 고취시키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면서 “이번 행사가 시민들에게 해방 전후 시기 문화예술의 높은 가치를 톺아보고 색다른 문학의 향기를 전달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시낭송회로써 의미가 깊다”고 덧붙였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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