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당연한 성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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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우주개발 사업의 총아, 국민 염원이 담긴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를 코앞에 두고 있다. 누리호는 과거 나로호와 달리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했다. 자력 우주 진출의 초석이다. 결과에 따라 이번 발사가 유례없는 큰 잔치가 될 수 있다.

기자 역시 여느 과학 이벤트를 대하는 것과 남다른 마음이다. 기대가 크다. 다만 걱정하는 마음도 있다. 성공을 응당 이뤄져야 할 당연한 일로 보는 분위기가 연구 당사자를 제외한 곳곳에서 감지된다. 기대와 눈높이가 높으면 반대 결과에 더욱 가혹하다. 만에 하나라도 이번 누리호 발사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만큼 비난의 목소리가 커질 우려가 있다. 이에 연구진이 느끼는 압박도 적지 않다.

우주발사체 개발은 위험 부담이 큰 일이다. 현재 상용 발사체 발사 성공률도 100%가 채 되지 않는다. 수많은 우주 선진국이 적지 않은 수의 자국 발사체가 파괴되고, 심지어 폭발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개발 후 첫 발사는 오죽할까.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다. 당연한 성공은 없다.

하물며 우리나라는 후발 주자다. 우주발사체는 국가 안보의 핵심인 미사일 기술과 직결되는 기술이다.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 홀로 가는 초행길은 가시밭길이고,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이다. 혹시라도 문제가 있어도 경험 부족 탓에 이를 미처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재차 강조하지만 당연한 성공은 없다.

그렇다고 이번 누리호 발사가 실패로 끝날 것으로 본다거나 실패해도 상관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누리호 개발과 발사에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갔다. 실패는 없는 것이 가장 좋고, 있더라도 최소화해야 한다. 다만 누리호를 개발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다양한 국내 기업들의 노고 및 노력을 염두에 두자는 것이다.

연구진이 당연한 성공의 길이 아니라 실패 위험이 상존하는 어렵고 위험한 길을 걸었다. 그 끝에 발사 성공이 있다면 큰 축하의 박수를 보내면 된다. 만에 하나 발사에 문제가 생긴다면 다음을 기약하자며 격려의 박수를 보내면 될 일이다. 성공을 1이라고 봤을 때 실패는 0이 아니다. 실패는 경험이고, 이는 더 큰 성공을 위한 기반이 된다. 심지어 내년 2차 발사도 있다.

지금 당장은 누리호 발사 성공이 당연하지 않다. 다만 이런 시도와 경험이 쌓이면 달라질 수 있다. 누리호 후속 사업으로 이뤄지는 추가 발사, 이후 개발되는 발사체 발사는 당연한 성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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