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입차 시장 규모가 사상 최대치인 3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한 해 팔린 신차 10대 중 2대를 수입차가 차지할 정도로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한국 사회 기여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수입차 개방이 본격화된 1988년 0.08%에 불과했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2012년 처음 10%를 넘어섰고, 2020년 16.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누적 판매 대수 19만4262대로 점유율이 20%에 육박한다.
늘어난 판매에도 수입차 업체의 사회공헌은 한계가 분명하다. 연구개발부터 생산, 판매까지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완성차와 달리 수입차는 주로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역할에 한정됐다. 실제 주요 메이저 수입차 업체조차 직접 고용 인원은 200여명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거둔 수익을 해외로 보내는 고배당 논란도 현재 진행형이다.
전자신문이 주요 수입차 업체들에 대한 한국 사회 기여도와 주요 활동 내용을 살펴봤다. 판매 대수 기준 상위 5개사의 감사보고서와 각 업체가 제공한 자료를 취합했다. 대상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그룹코리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볼보자동차코리아, 한국토요타자동차다. 이들 5개사의 수입차 시장 내 점유율은 75.5%에 달한다.
◇사회공헌 활동 따져보니…재투자 1위는 BMW
수입차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이끌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1~8월 벤츠와 BMW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53.2%에 달한다. 벤츠는 작년 동기 대비 17.6% 증가한 5만5987대, BMW는 30.1% 늘어난 4만7497대를 판매했다.
한국 사회에 대한 재투자 측면에서 BMW그룹코리아는 외국계 기업의 모범 사례로 불린다. 올해 창립 26주년을 맞이한 BMW그룹코리아는 우리나라 수입차 1호 법인이다. BMW를 비롯해 MINI, 롤스로이스 3개 브랜드를 판매하며 수입차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 매출은 3조9640억원, 영업이익은 596억원, 기부금은 15억원이다.
BMW는 수년째 본사로 보내는 배당금 없이 발생한 이익을 다시 국내 사업에 투자한다. 2014년 8월 인천 영종도에 문을 연 BMW 드라이빙 센터가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BMW 드라이빙센터에 총 895억원을 투입했다. BMW그룹 내에서 트랙과 고객 체험 시설이 한 곳에 자리잡은 전 세계 유일 자동차 복합 문화공간이다.
지속 가능한 사업을 위한 재투자에도 가장 적극적이다. BMW는 신규 부품물류센터(RDC)에 총 1600억원, 차량물류센터(VDC)에도 총 850억원을 투자했다. 또 BMW 연구개발(R&D) 센터에 200억원, 바바리안 송도 콤플렉스 건립에 500억원을 썼다. BMW코리아 미래재단을 설립해 주니어 캠퍼스, 희망나눔학교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하고 있다.
벤츠는 누적 기부금 면에서 1위다. 작년 벤츠코리아는 매출 5조3382억원을 올렸고, 영업이익 1998억원을 냈다. 기부금은 35억원으로 벤츠 사회공헌위원회를 포함하면 67억원으로 늘어난다.
2014년 설립한 벤츠 사회공헌위원회는 벤츠코리아와 다임러트럭코리아,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3개 다임러 계열사와 11개 공식 딜러사가 참여해 업계 최고 수준 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6년간 누적 기부금은 총 301억원에 달한다.
벤츠는 시민과 함께하는 스포츠 기반 사회공헌에도 적극적이다. 대규모 기부 마라톤 행사인 기브앤 레이스가 대표적이다. 함께 달리며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는 새로운 방식의 기부 문화를 주도했다. 작년부터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달리는 비대면 방식 기브앤 레이스 버추얼 런을 열고 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누적 참가자는 6만5700여명이며 누적 기부금은 36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악화에도 사회공헌 힘쓴 아우디폭스바겐과 토요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을 주력으로 벤틀리, 람보르기니를 판매하고 있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판매 중단 여파로 지난 수년간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2020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4만3727대를 판매하며 정상화에 한 걸음 다가섰다. 작년 매출은 2조1053억원, 영업손실은 191억원이다. 2018년과 비교해 매출은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적자폭은 3분의 1 이상 줄었다.
아우디폭스바겐은 지난 3년간 실적 악화에도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전화에 힘썼다. 독일 폭스바겐그룹 본사가 2690억원을 투입해 고용과 판매망 유지를 지원한 결과다. 딜러사 직간접 고용을 포함해 3700여개의 일자리를 유지했고, 상시 고용 인원을 2017년 196명에서 작년 217명으로 10% 이상 늘렸다. 판매망도 2017년 147개에 작년 163개로 늘었다.
적자 경영 상황에서도 기부금을 늘리며 사회공헌에 앞장섰다. 아우디폭스바겐은 2018년 11억원, 2019년 27억원, 2020년 20억원을 사회공헌 사업에 사용했다. 앞으로 2년간 50억원을 더 투자해 사회적 책임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한국토요타자동차 역시 2019년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직격탄을 맞았다. 2018년 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 3만대에 육박했던 판매량은 작년 1만500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작년 매출은 7328억원, 영업이익은 338억원을 기록했다. 판매 하락에도 기부금은 오히려 늘렸다. 2018년 8억원이던 기부금은 작년 9억5600만원으로 증가했다.
토요타는 2000년 한국법인 설립 이후 인재 양성과 환경을 주축으로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자동차 분야 인재를 양성하는 T-TEP 프로그램을 비롯해 세종문화회관과 함께 아동·청소년을 후원하는 세종 꿈나무 오케스트라, 신진 공예작가를 발굴하는 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친환경 농법으로 농산물을 재배하는 토요타 주말농부 등이 대표적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2년 연속 1만대 판매를 달성하면서 수입차 시장에서 메이저 브랜드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작년 판매 대수는 1만2798대이며 매출은 6230억원, 영업이익은 59억원이다. 다른 업체보다 규모는 작지만 작년 6억원을 기부했다.
볼보의 대표 사회공헌 사업은 2019년부터 시작한 친환경 러닝 캠페인 헤이 플로깅이다.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고 수익금을 기부하는 활동으로 작년 3000여명이 참여했다. 푸르메재단과 함께하는 장애어린이 지원사업, 교통안전을 위한 세이프티 캠페인도 진행했다.
◇순이익 다시 해외로…고배당 우려는 여전
수입차 시장 확대에 따라 업체별로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업체들은 국내에서 거둔 수익을 해외로 보내고 있다. 완성차에 비해 고용 창출이 적은 수입차 산업 특성상 고배당 대신 국내 재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역대 최대 금액인 1929억원을 본사에 배당했다. 중간배당 900억원에 연말배당 1029억원이 더해졌다. 지난 3년간 벤츠코리아 배당금은 3269억원이다. 벤츠코리아 주주는 메르세데스-벤츠AG(51%)와 스타오토홀딩스(49%)다. 벤츠코리아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배당 확대는 이례적이다. 지난해 벤츠코리아 매출은 전년보다 1.8%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8.3% 줄었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불매운동으로 매출과 판매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순이익 전액을 토요타 본사로 보내는 100% 배당 성향을 유지했다.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한국토요타는 당기순이익 228억원을 본사에 배당했다.
지난해 한국 진출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영업이익(59억원)의 두 배 이상인 135억원을 배당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스웨덴 볼보자동차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