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특허 출원 5년도 안 돼 포기하는 특허 1536개..."특허 실적주의 탈피해야"

정필모 의원, 특허 내역 분석
'활용 없이 보유만…' 비판 이어지자
최근 5년 동안 총 1만5401개 처분
"시장성 고민없이 양산한 결과"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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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허를 출원하고도 사용하지 않고 보유만 하는 특허인 이른바 '장롱특허(페이퍼특허)'에 대한 비판이 늘면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활용 가치가 없는 미활용 특허 처분에 나서고 있다. 이중에 특허 출원을 하고 5년도 되지 않아 포기하는 특허가 1536개로 전체 포기 특허의 1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 건수나 지표 등 정량적 결과로 연구 성과를 높이려 하는 '특허 실적주의'를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일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출연연 보유 특허는 4만4922개로 확인됐다.

정 의원이 출연연 특허 포기 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 5년간(2016~2020년) 포기 특허는 총 1만5401개였다. 이 중 출원 후 5년이 넘지 않아 포기된 특허 수만 1536개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포기 특허의 10% 수준이다.

현재 기술 이전 등 활용이 이뤄지고 있는 특허는 36.5%인 1만6410개에 이른다. 활용추진 특허까지 포함하면 보유 특허의 절반 이상인 2만4254개(54%)로 특허 활용률이 높아졌다.

그동안 장롱특허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면서 출연연들은 특허 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기술 이전과 활용 가치가 없는 미활용 특허 처분에 나서고 있다. 특허 이전 건수는 2018년 4048건에서 2020년 5136건으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포기 건수도 18년 2649건에서 20년 3995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 보유 비용이 점점 부담이 되면서 포기하는 특허도 급증했다.

특허는 현재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시장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특허 포기 여부는 발명자 의견, 자산실사평가, 심의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된다.

정 의원은 출연연들이 출원 후 얼마 안 돼 포기할 만큼 장래 시장성과 활용 가능성이 없는 특허를 양산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일부 출연연의 경우 5년도 안 돼 포기하는 특허 비율이 69.1%에 이르기도 했다. 특허 출원 후 1년 만에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허는 출원에서 등록까지 1~2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출원 후 5년이 되지 않은 특허 포기가 높다는 것은 실적을 위한 '밀어내기'를 했다는 것이다. 연구개발(R&D) 양적 확대에 따라 특허 건수가 늘어났으나 품질이 낮은 특허가 양산돼 이를 조기에 포기한다고 진단이 나왔다.

실제로 각종 사업 지표에서 특허 출원 등을 실적으로 요청하면서 무늬만 특허가 양산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처음부터 가치 있는 특허를 출원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특허 가치평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NST 관계자는 “과제 진행시 특허 출원 개수를 성과로 요구하고, 이러한 특허 중에 자산평가 과정에서 불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취소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특허의 양적 성과 위주로만 평가하는 현재의 과제 시스템도 개편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필모 의원은 “특허 실적주의에서 탈피해 제대로 된 특허를 만들 수 있도록 철저한 사전 설계와 사후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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