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플랫폼 규제 '교각살우' 안 된다

최근 정치권과 정부의 플랫폼 기업 규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대상은 구글·페이스북 등 해외 기업은 물론 카카오·네이버·쿠팡 등 국내 기업을 가리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은 온라인 플랫폼의 갑질을 규제하는 법안을 정기국회 입법 과제로 처리할지 검토에 들어갔다. 금융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하는 모양새다.

실제 공정위는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 조사에 착수했다. 카카오 지주회사 케이큐브홀딩스의 자료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두고 현장조사까지 진행했다. 공정위는 또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의 갑질 행위와 쿠팡 검색 알고리즘 조작 혐의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플랫폼 기업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대형 플랫폼 사업자는 고객인 소비자와 경쟁자인 소상공인과 빈번하게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불공정거래 행태는 기존 이해관계와 부딪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대화를 통한 지혜로운 해법 마련보다는 생태계를 닥치는 대로 유린하는 이미지를 지우지 못한 것도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의 잘못을 바로잡더라도 민간의 혁신 의지까지 꺾는 과오는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제2 벤처 붐이 꺼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올 상반기 신규 벤처 투자는 3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60개가 넘는 기업이 1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이들 벤처기업의 토대가 바로 정보통신기술(ICT)이다.

플랫폼 기업은 ICT 생태계를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플랫폼에 대해 규제를 하더라도 핀셋형으로 대상과 범위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K-벤처 붐을 다시 일으키는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선언한 지 아직 1개월도 되지 않았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규제 대상에 100개가 넘는 스타트업 사업이 포함됐다는 아우성이 왜 나오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뿔을 바로잡겠다고 소를 죽일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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