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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29조8000억원으로 책정했다. 국회 심사를 거쳐 30조원이 넘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2019년도에 20조원을 넘긴 후 불과 3년 만에 30조원을 바라보게 됐다. 3년 동안의 연평균 증가율은 15%에 이른다. 같은 기간의 정부 총지출 증가율을 웃돈다. 내년을 기점으로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국가 R&D 예산 비중도 5%대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5%'는 상징적 수치다. 과학기술계는 그동안 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R&D 비중이 5%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해 왔다. 기술 패권주의, 감염병, 기후변화로 과학기술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이 같은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제 R&D 규모(양) 논쟁은 무의미하다. 여전히 R&D 투자 수요가 많지만 전체 투자 규모와 정부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 어떤 지표를 봐도 '투자가 박하다'고 말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뭉칫돈을 쏟으면 필연적으로 효율성 논쟁이 따라붙는다. 문제는 효율성 분석을 할 수 있는 정교한 시스템이 마련됐느냐다. R&D 효율성이 무엇인지,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를 물어보면 전문가마다 생각이 다르다. 이는 현재 효율성 논쟁에 진전이 없는 이유다. R&D 분야별 특성을 따지지 않고 논문, 특허, 사업화 지표가 중구난방으로 활용된다. 각 분야의 특성에 맞는 평가가 이뤄져야 진정한 효율성 진단이 가능하다.

다음 숙제는 효율성 논쟁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평가 분석 시스템과 논의의 고도화다. 현재 지표로 드러나지 않는 다양한 경쟁력도 성과로 보고 이를 담을 수 있는 분석 시스템이 필요하다. R&D 30조원 시대를 맞아 효율성 논쟁에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