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를 겨냥해 '기기 값 공짜'라는 파격을 내세운 삼성전자의 다목적 조리기기(멀티 쿠커)가 역대 신제품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기기 판매 수익 대신 구독경제를 접목한 '가전의 서비스화'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달 28일 출시한 '비스포크 큐커'는 라이브쇼핑 방송에서 자사 가전 제품 가운데 역대 최대 시청자 수와 판매량을 기록했다.
비스포크 큐커는 전자레인지·그릴·에어프라이어·토스터 기능을 합쳐 네 가지 요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조리기기다. 8개 식품회사와 협업해 117개 제품에 대한 조리 알고리즘을 삼성 스마트싱스 애플리케이션(앱)에 내재화, 간편식 뒷면에 인쇄된 바코드를 스캔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조리된다. 특히 2년 동안 매달 3만9000원 이상의 식료품을 구매할 경우 59만원 상당의 기기 가격이 면제된다.
출시 첫날 라이브쇼핑 방송에서 시청자 수를 약 48만명 기록한 데 이어 이달 6일까지 이어진 방송에서 누적 시청자 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판매량 역시 방송 시간에 수천대를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가전 가운데 누적 시청자 수, 판매량 모두 신기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시간 동안 진행되는 라이브방송 특성상 판매보다는 제품 홍보에 집중했는데 누적 시청자 수, 판매량 모두 역대 신기록을 세웠다”면서 “기존 판매 1위였던 제품 대비 2배 이상의 판매량”이라고 말했다.
초기 흥행에 성공한 것은 MZ세대를 겨냥한 디자인과 판매 방식의 영향이 크다. 삼성 히트작인 비스포크 디자인을 적용, 다섯 가지 색상으로 심미적 효과를 높였다.
여기에 국내 대표 밀키트 업체 8개사와 협업해 식품을 정기 구매하면 기기를 공짜로 주는 구매 조건을 내걸었다. 2인 이하 소가구와 MZ세대 중심으로 밀키트 수요가 폭발한 가운데 '기기값 공짜' 조건인 월 3만원대의 간편식 구매 조건으로 지불 저항을 낮췄다. 실제 지난해 국내 밀키트 시장은 3년 새 약 100배나 성장한 1880억원으로 추정된다.
삼성의 파격 행보는 가전시장의 수익창출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구독 서비스를 결합한 가전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향후 다양한 주방가전으로 사업모델을 확대할 공산이 크다.
삼성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전자, SK매직 등이 구독경제를 접목해 식물재배기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가전기기에 구독 서비스를 결합해서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하면 기기 가격을 넘어서는 매출도 기대할 수 있다”면서 “품목별로 가전시장도 서비스 영역으로 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