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최근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우리나라는 1964년 UNCTAD에 가입한 이래 57년 만에 선진국 그룹으로 승격되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룬 자랑스러운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제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서의 새로운 책임과 규범을 준수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고도의 경제성장과 산업화를 이뤘고, 1980년대부터는 '경제사회 발전 5개년 계획'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했으며, 10년 전부터는 '국가지식재산기본계획' 중심으로 선진국 기반 확보에 노력해 왔다.
2011년 7월 28일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경제·사회·문화 발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출범했다. 위원회는 범정부적 노력을 모아 특허 출원 규모 세계 4위, 콘텐츠 산업 수출액 108억3000만달러 등 양적 성과와 특허침해 소송 관할 집중 및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등 지속적인 지식재산 제도의 선진화를 추진해 왔다.
최근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2년 만에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핵심 특허를 1280건 확보하며 기술 자립도를 높였다. 영화 '기생충', 그룹 방탄소년단(BTS) 등 세계를 열광시킨 신한류 콘텐츠로 2020년 상반기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첫 흑자(저작권 분야 10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우리의 지식재산은 글로벌 위기에도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 주고, 선진국 위상에 기여했다. 이는 우리나라 과학자, 기술자, 예술가, 기업 등 지식재산인의 뛰어난 역량과 숨은 헌신이 일궈 낸 쾌거였다.
미·중·일의 신기술 우위 선점 및 기술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하고, 빠른 기술변화와 파괴적 혁신으로 산업 간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코로나19는 비대면 디지털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있고, 인공지능(AI)의 데이터 분석이 중요해지면서 데이터 자산 보호와 활용을 둘러싼 새로운 질서 또한 요구되고 있다.
선진국은 AI 등 자국의 신기술 경쟁력 확보와 보호는 물론 안보 위협 대응을 위해 지식재산 정책 및 제도를 개혁하고 있다. 위원회는 AI 창작물의 생산·유통 활성화와 데이터 활용 등의 법제도 개선을 위해 선제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가 가속화하고, 격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국가지식재산 정책의 컨트롤타워로서 위원회의 혁신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위원회는 지식재산을 국가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보고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적합한 지식재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위원회가 향후 5년간의 국가지식재산 전략으로 올해 수립하게 될 '제3차 국가지식재산기본계획'은 미래 대한민국 청사진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 위원회는 특허권, 상표권, 디자인권, 저작권, 과학기술, 문화예술을 융합해 국가안보와 경제발전 및 국민 삶의 질 향상이 상호 상승 작용을 일으킬 수 있도록 유연한 국가지식재산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또 관계부처들은 국가전략에 따라 속도감 있게 맡은 역할을 다해야 한다.
지식재산 전략은 개인과 기업의 이해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지식재산에 관한 법·제도 개선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국회의 시의적절한 뒷받침이 필요하다.
앞으로 전개될 치열한 지식재산 전쟁의 최전방에 위원회가 있다. 위원회는 지식재산 전쟁에서 승리해 우리나라가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누리고 향후 10년 안에 초일류 선진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지식재산 역량을 하나로 모으고 지식재산의 선순환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다지는 데 매진할 것이다.
정상조 국가지식재산위원회 공동위원장 sjjong@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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