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해운사 파산을 부르는 과징금 부과를 철회하라.”
해운업계가 공정위의 과징금 제재 움직임에 격앙됐다. 과징금 부과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는 하루가 멀다고 빗발치고 있다. 여·야 정치권까지 동참,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운업계는 공정위의 제재 근거를 문제 삼는다. 공정위가 동남아시아항로에서 운임 담합 근거로 '공정거래법'을 적용한 것부터 잘못됐다는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특별법인 해운법은 해운 운임 합의를 '공동행위'로써 합법적으로 인정한다”면서 “그러나 공정위는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등도 허용하는 공동행위를 무시하고 공정거래법을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해운업계에 발송한 심사보고서에서 지난 15년 동안 동남아항로 총매출 기준 8.5~10%를 과징금으로 산정했다. 해운업계 추산 과징금은 최대 5600억원에 이른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공정위는 한-일·한-중 항로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하려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6월 23일자 '해운업계, 최대 2조 과징금 폭탄 위기' 참조)
과징금이 실제 부과되면 해운사의 줄파산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공정위는 해운업계 우려를 일축한다. 동남아항로 과징금 부과기준율 등은 심사관 조치의견일 뿐 전원회의 등을 거쳐 구체적인 액수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일·한-중 항로에 대해서도 법 위반 여부 및 과징금 수준 등은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운업계는 공정위 제재 리스트에 오른 순간부터 잃은 것이 많다. 해운사들은 대응을 위해 국내 로펌 선임 비용으로만 200억원 안팎을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0년 간 이어진 영업적자에서 간신히 흑자로 전환하자마자 출혈이 심각하다. 또 역대 최고가 해운 운임으로 수출 기업의 어려움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역량 분산이 우려된다.
공정위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상황과 국익을 감안한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기대한다. 공정거래법 적용이 잘못됐다면 되돌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진해운 파산의 후유증 극복에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