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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은행을 직접 갈 일이 생겨 오후에 방문했다. 은행에 있는 고객은 대부분 통장을 가지고 방문한 고연령층이었다. 은행이나 증권사는 비대면으로 서비스를 받는 고객에서 우대금리 제공, 수수료 인하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더운 날씨에 어렵게 직접 방문했는데 오히려 경제적 불이익을 받게 되는 셈이다.

'디지털전환'이란 디지털 기술을 통한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개념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생활 패턴 변화까지 포함한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교육, 소비, 금융 등 생활 곳곳에 깊숙이 파고들면서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소외계층은 하나의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1990년대 인터넷이 출현하면서 인터넷 접근·활용이 가능한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간 정보 격차를 표현하기 위해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라는 표현이 탄생했다. 이러한 격차는 스마트폰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널리 사용되는 현재에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의 한 연구기관(Pew Research Center) 조사에 따르면 소득 수준에 따라 정보통신기술(ICT) 활용도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타났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다양한 ICT 기기를 적극 활용하며 효율적으로 정보를 획득하고, 이는 결국 부의 차이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 스탠퍼드대 에릭 브리뇰프슨 교수는 기술이 소득 격차의 주원인이라고 언급했다.

디지털 경제가 경제학의 주요한 연구 주제가 된 후 디지털 격차가 경제적 양극화를 유발하는 경로에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됐다. 먼저 디지털 기술 활용은 소비자의 시간적·금전적 비용을 감소시킨다. 경제학자 할 배리언에 따르면 구글을 사용함으로써 소비자는 매일 3.75분을 절약할 수 있고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하루에 1.37달러, 일 년이면 500달러에 상응하는 액수를 절약할 수 있다. 빠른 정보 검색과 수집을 통해 소비자들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얻을 수 없는 혜택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 발전은 사람들 직업에도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가 증가 또는 감소할 것인지에 대한 오랜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기술 발전이 일자리 양극화에 기여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인공지능을 장착한 자동화 기술은 많은 정형화되고 반복된 업무에서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래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비정형화된 고임금 일자리와 비정형화된 저임금 일자리만 남아 소득 양극화는 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교육에서도 디지털 격차는 학생들의 성적 및 장래 직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환경에서 자란 학생들은 다양한 디지털 자원을 활용할 수 있고, 한층 풍부한 디지털 기술을 경험할 수 있다. 가구 소득 수준에 의한 학생들의 디지털 격차를 흔히 '홈워크 갭'(homework gap)이라 일컫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디지털 격차가 양호한 편이다. 아직도 일반 국민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을 100이라 할 때 고령층은 68.6에 불과하다. 디지털 취약계층(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도 그리 높지는 않지만 고령층 디지털 격차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지털 기술 발전은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 발전은 인간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수단이지만 한편으로는 디지털 계층화가 사회적 계층화로 고착되는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 이제 변화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포용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디지털 기기 지원 등 사회적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황원식 전북대 경제학부 교수 yel0sik@jb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