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차량사물통신(V2X) 논쟁이 뜨겁다. '차량용 무선통신'(WAVE; Wireless Access in Vehicular Environment)와 '차량·사물간이동통신'(C-V2X; Cellular Vehicle-to-Everything) 가운데 무엇을 적용할지에 대한 양자택일 논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양자택일이 아니라 둘의 병행이 최선이다. WAVE와 C-ITS로 틀을 잡고 그 위에 롱텀에벌루션(LTE)-V2X이 아닌 5세대(5G)-V2X를 점진적으로 얹는 식의 진행이 필요하다.
WAVE는 왜 그리 느리게 굴어 이런 소란까지 벌어졌나 하는 의구심도 들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C-V2X 측에서는 WAVE를 구태의연한 구닥다리 기술로 폄하기도 하는데 둘은 애초에 추구하는 방향부터 달랐다. WAVE는 교통 인프라 기술로, 안정성을 최우선 고려해서 실증을 반복하며 누적해 온 체계다. 일반 확장을 노리지 않고 오직 교통 부문만을 위해 명확하게 정의된 원칙에 따른 단일목적 독립체계다. 그만큼 교통 환경에 최적화돼 저지연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지난 2010년 표준화를 마치고도 한국, 미국, 유럽 등에서 10여년 동안 실증을 거치며 상용화를 준비해 온 것도 안정성 추구 때문이다. 그래야 한 이유는 결국 이루고자 하는 최종 목적이 교통체계 구축이기 때문이다. 상위체계인 교통체계와의 통합을 위한 연구개발(R&D)이 진행됐기 때문에 교통과 통신 두 체계가 상호 불가분 관계를 이룬다는 건 WAVE의 강점이다.
교통체계는 중요한 사회 인프라이자 산업 인프라다. 그 근간은 통신보다 교통, 즉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C-ITS; Cooperative-Intelligent Transport Systems)이다. 이에 따라 지금 벌어진 논쟁은 단지 WAVE와 C-V2X 경쟁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C-ITS 체계도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하는 국가 차원의 정책 문제다.
통신 방식에 따른 보안기술 적용과 실증도 필요하다. '통신이 된다'는 표현은 단지 송신자와 수신자가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뜻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통신을 통해 정보를 수신할 때는 정보를 보낸 송신자가 믿을 수 있는 대상인지, 악의적 해커는 아닌지 알아야 한다. C-ITS 교통체계에서의 보안 역할이다.
WAVE를 적용한 C-ITS 체계는 지난 2016년부터 모든 종류의 보안을 적용해 다양한 상황 실증을 진행해 왔다. LTE-V2X의 경우 보안까지 포함한 전 체계 실증 사례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없다. LTE-V2X가 그러하니 5G-V2X는 말할 것도 없다. 보안이 실증되지 않은 C-ITS 도입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C-V2X 측에서는 5G 역량을 기반으로 C-V2X 우위를 주장하곤 한다. 그러나 현재 실험이 가능한 C-V2X는 5G가 아닌 LTE-V2X이고, 이는 WAVE에 비해 스펙상 우위가 거의 없다. 5G-V2X 적용 가능 디바이스 출시는 오는 2022년, 실증 가능 시점은 2023년으로 각각 예상된다. 그러나 이는 통신칩 회사의 계획일 뿐 실제 그리 진행될 거란 보장은 없다. 그동안 축적해 온 WAVE를 폐기하고 C-V2X로 대체한다면 부품 수급에만 최소 3~4년이라는 긴 공백이 발생한다는 계산이다.
일반적 하위 호환을 근거로 LTE-V2X에서 5G-V2X로의 전환을 간단한 일인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둘은 체계 자체가 달라 상호 호환되지 않는다. LTE-V2X에서 5G-V2X로 전환할 경우의 시설 및 환경 업그레이드 비용이 WAVE 체계에 5G-V2X를 접목하는 비용보다 더 크다. 이에 따라 결국 C-V2X로 전환될 테니 WAVE 도입은 낭비라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어떤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LTE-V2X는 곧 폐기될 '과도기' 기술이다. 반면에 WAVE는 차세대 C-ITS와 병행이 가능하고, 병행시 안전성 및 운용성 등의 장점이 추가된다. 따라서 WAVE 체계 구축과 향후 차세대, 즉 5G-V2X 병행 방식의 장점을 검토하는 것이 지나치게 단순화됐다 싶은 양자택일 논쟁보다 더 생산적인 일이라 생각된다.
김의석 아우토크립트 대표 esskim@autocryp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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