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기술, 선도국 대비 5년 뒤져...향후 5년이 명운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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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14일 “양자 연구에 대한 중장기 전략과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이날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한국 양자과학기술 현황과 미래'를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포럼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나라는 양자 분야에서 우리가 처한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자과학기술은 에너지의 최소 단위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이용하는 차세대 기술로 컴퓨터, 통신 분야 등의 혁신적 발전을 이끌어낼 것이란 기대를 모으며 학계와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관련 시장 규모 역시 지속 성장하고 있어 2030년에는 136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 유럽(EU), 일본 등 주요 국가가 10여년 전부터 집중 투자하며 전문가 양성, 기술 상용화, 특허 선점 등으로 기술 격차를 벌리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문가 부족을 비롯해 연구 규모와 투자 면에서도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가 양자 연구개발(R&D) 투자 시기를 5년가량 실기했고 투자액도 경쟁국 대비 매우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양자 분야 연구개발(R&D) 투자액은 150억원, 연구 인력은 78명에 불과하고 최근 발간된 국제 보고서에서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

박 교수는 “현재 2차 양자혁명이 본격 시작됐고 모든 과학기술, 산업 부문에서 파급력을 키우고 있다”면서 “늦었지만 명확한 전략과 로드맵을 수립하고 비교 우위 지점을 찾아 R&D에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앞으로 5년이 우리나라 양자 경쟁력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정치, 과학적 리더십을 확보, 실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패널토론에 참석한 연구자는 우리나라 양자 연구 현황과 선결과제 과제 등을 제시했다.

송기홍 IBM 아세안·한국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GBS) 총괄대표는 “한국 기업은 양자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지에 대한 계획이 없다”며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기업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제조업종이 많아 그런지 어떤 난제를 풀지, 응용분야 발굴에 어려움 겪고 있다”면서 “'양자컴퓨터를 어떻게 만들까' 이런 식으로만 골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상욱 KIST 양자정보연구단장은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양자 연구 토픽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화학,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화두를 던지면 기업이 어떤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보고 연구에 참여하고 펀딩이 활성화되는 구조가 조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준우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중국이 인공위성으로 양자통신을 성공한 것과 같은 구체적 성과가 없는 것은 아쉽다”면서도 “국내 양자 연구자의 풀, 수준은 글로벌 수준 대비 떨어지지 않는 상황까지 올라왔다”고 진단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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