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27>미래 산업구조 전환의 핵심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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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직면한 여러 문제 가운데 미래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 다루지 않으면 안 될 문제는 산업구조 전환이다. 최근 화두가 된 탄소중립 이행, 글로벌 공급망 개편에 대한 선제적 대응,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은 모두 우리 산업구조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서 찾아낸 일종의 해결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산업구조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과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기존 산업 구조 고도화와 신산업 육성이다. 실제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시스템 반도체, 미래차, 바이오헬스 등 이른바 '빅3' 신산업 육성이나 최근 K-반도체, K-배터리 등 핵심 전략산업 육성정책이 대표 사례다.

그러나 산업구조 전환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이를 조정하고 지원해야 할 정부, 관련 사회 구성원과 이해관계자, 민간 기업 부문 모두가 수용하고 지지하는 사회적 가치 추구 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물론 이에 대해 정부의 전략과 대응책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 과정에서 궁극적 목적에 대한 진지한 논의보다 사업 추진을 위한 성급한 목표 설정이나 재원 확보라는 정책 수단 논의가 더 두드러질 때가 많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현재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진단하고 산업구조의 전환 목적과 수단을 구별, 개인이나 소수 기득권 그룹이 추구하는 가치와 우리 사회 공동체 전체가 지향하는 가치를 하나로 묶어 이를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산업구조 전환이라는 문제를 새롭게 인식해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산업 발전 문제를 장기적 관점에서 다루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문제를 현재 우리 사회 발전의 물적 기반인 '현재 주력산업의 미래'와 '미래 신산업' 문제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 두 문제는 성격상 문제 해결 방식과 그에 따라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가치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 기존 주력산업이 미래에 될 것인가에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주력산업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면서도 기존 인력을 어떻게 더 생산적인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이동할 것인가에 정책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 미래에 어떤 산업이 새롭게 나타날 때 과연 그 산업이 우리의 새로운 주력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 그 산업을 이끌어 갈 인력은 충분한가? 극심해질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어떤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와 무엇을 투자해야 할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핵심 기술 확보도 중요하지만 신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산업구조 전환을 통해 우리 사회나 경제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추구하려는 것인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최근 산업구조 전환에 당위성과 목표 달성을 위한 하위 목표 설정 논의는 많지만 정작 목표 달성으로 우리 국민 개개인과 공동체가 무엇을 얻게 되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그리 많지 않다.

미래 대응에서 개개인과 공동체 모두가 기꺼이 수용하는 사회는 어떤 사회가 돼야 하고 이를 위해 우리 모두가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크게 미흡하다. 막연히 '현재 보다 나은 미래' 또는 '미래 예상되는 위기나 몰락'을 피하기 위한 대안으로 산업구조 전환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공동 목표나 가치 논의가 부족하다 보니 분야별·산업별·공동체별·소집단별로 저마다 기득권을 지키는 선에서 입장을 반영한 전략과 과제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자원 배분을 요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생긴다.

물론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고려할 때 미래 발전을 위한 공동 가치를 정의하는 것이 쉽지 않고 사회적 합의는 더더욱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산업구조 전환 문제를 미래 세대의 지속적 발전 문제로 다루는 것이라면 이러한 발전이 누구를 위한 전환이고, 미래 세대 모두 함께 지향해야 할 가치와 목표는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고민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장석인 한국산업기술대 석좌교수 sichang@kp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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