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 회의실에는 열차 정보는 물론 유지보수 작업 현장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경영정보시스템(MIS) 현황판이 있다. 단순 통계형식으로 집계된 데이터를 숫자로만 표시했던 기존 MIS를 시각화해 열차 정보와 유지보수 작업 현장을 화면으로 보여준다.
지도 형태로 구성된 화면에는 위치정보(GPS) 기반 열차 운행 현황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각 노선을 클릭하면 선로·전기 등 시설물 유지보수 작업이나 운행선로 인접 공사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지연되고 있는 열차나 철도사고, 장애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손병석 전 사장이 안전 최우선 경영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주문하면서 개발됐다.
지난해 여름 기상관측 이래 최장기였던 54일간의 장마로 전국적으로 1조371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한국철도도 충북선 삼탄역이 토사에 묻히고 인근 노반이 통째로 유실되는 등 전국 12개 노선 92곳에서 큰 피해를 입었지만 인명피해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집중호우나 태풍 등 수해가 예상될 때 열차 현황을 파악하고 운행을 미리 중단하는 등 선제적 사고 예방 조치를 취한 덕분이었다.
기상 이변 비상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스템도 개발됐다. 한국철도는 지난달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한 실시간 철도기상정보 시스템 운영을 시작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운영하는 공공데이터포털이 제공하는 기상청 오픈API와 기상청의 날씨누리 웹페이지에서 데이터와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전국 철도노선과 역 정보 기반의 기상 데이터를 시각화했다.
주요 역별 실시간 기상현황 및 예보와 강수현황에 대한 위성 레이더 영상, 기상특보 발효 현황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태풍 발생에 따른 경로와 겨울철 적설량 현황을 표출하고 있으며, 철도선로에 부착된 IoT센서로 수집한 레일온도 변화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외부 공기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철도 선로는 폭염이 지속되는 한여름에는 레일이 비틀리거나 늘어지기도 하고, 한파가 계속되는 한겨울에는 레일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철도는 전국 철도 선로 145곳에 레일온도 측정장치를 설치하고, 레일온도가 53도를 넘지 않도록 관리한다. 전국 고속철도 선로 101곳에는 레일온도가 45도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가동되는 살수장치를 설치하고, 일반철도 선로 40곳은 수동으로 살수장치를 동작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레일 늘어짐에 취약한 급곡선부와 지형 특성상 통풍이 잘 안되는 곳, 일조량이 과다한 곳에는 차열 페인트를 도포해 레일온도를 낮추는 데 힘쓴다. 철도기상정보 시스템에 수집된 데이터는 한국철도의 '모바일 오피스' 프로그램과 연동해 일정 기준값을 벗어나면 유지보수 현장 작업자의 휴대폰에 자동으로 알람을 보내준다.
한국철도는 지난 2020년부터 오는 2024년까지 5년 동안 총 9조7000억원을 국민의 생명 밀접한 철도 인프라 개선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노후 철도차량 교체에 1조8000억원, 노후 철도시설 개선에 3조9000억원, 유지보수장비 교체에 8000억원 등 안전인프라 확충에 6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감염증에 대응한 안심방역과 산업재해 예방시설에 1조4000억을 투자할 방침이다.
열차 지연 주범으로 지목되는 차량 고장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기 위해 '차량 정비역량 강화'를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올해를 기점으로 철도 차량정비 선진화의 토대를 다진다.
차량 고장과 정비 이력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장애 빈도가 잦은 주요 부품을 선별하고 사전 점검 및 교체토록 한다.
전체 운행열차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수도권 전철의 장애·지연을 해소하기 위해 입출고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광역차량 정비센터'를 신설한다. KTX-이음을 비롯한 동력분산식 전기철도차량(EMU) 신규 열차 도입에 대비해 '제천 정비센터'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전사적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ABC 운동도 펼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문화로써의 안전의 정착이다. 한국철도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안전경영의 슬로건으로 '안전하지 않으면 작업하지 않는다' '안전하지 않으면 운행하지 않는다'를 채택했다. 여기에 더한 ABC 운동은 현장에서 작업자의 실질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재해, 운행사고, 발주공사 세 가지 분야에서 3대 핵심 키워드를 도출하고, 안전의 기본에 충실하자는 실천 운동이다.
한국철도 관계자는 “안전하지 않으면 운행하지 않는다는 안전 최우선 경영으로 국민이 안심하고 탈 수 있는 철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