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다.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시장 규모의 6배 이상인 20억달러(약 2조2600억원)를 넘어섰다는 통계도 발표됐다. 메타버스의 세계 주요 디지털 자산으로 주목받으면서 NFT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다.
그러나 동시에 저작권 침해 우려도 커졌다. NFT가 유일성, 고유성을 확인해주는 수단으로 예술 작품 분야에서 확산세가 빠르기 때문이다.
저작권 이슈는 NFT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산업과 생태계가 형성되는 데 있어 해결해야 할 필수 요소다. 시장 초기지만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정부와 미술계, 저작권 단체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NFT, 저작권 제도 밖에 존재
지난 3월 경매회사인 크리스티가 출품한 비플의 '첫 5000일(The First 5,000 days)'이 6934만달러(약 784억원)에 낙찰돼 NFT 미술품 경매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후 'NFT 아트'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졌다. NFT 마켓 플레이스에서도 미술 작품의 NFT 거래가 증가한다.
국내에서도 'NFT 아트'에 관심을 갖는 작가가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전시도 열리고 있다. 국내 경매 회사도 NFT 시장에 뛰어드는 등 NFT 미술품 거래 시장이 본격 확산할 조짐이다. 이중섭·김환기·박수근 작가 작품의 NFT 경매 이슈는 이런 가운데 불거졌다.
종합광고대행사인 워너비인터내셔널은 5월 말 세 작가 작품의 NFT를 경매한다고 밝혔다. NFT화 된 디지털 작품을 경매로 판매한다는 것이다. 환기재단(김환기재단)과 박수근미술관, 저작권을 가진 유족들은 이에 대한 동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워너비인터내셔널은 작품 소장자와 경매 협의를 했지만 저작권과 소유권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여기서 저작권 논란이 발생한 것이다. 저작권자가 아닌 소장자는 작품을 NFT화하기 위한 민팅(minting)을 할 수 없다. NFT화가 안되기 때문에 애초부터 NFT 경매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결국 워너비인터내셔널과 작품 소장자가 사과를 하며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저작권 전문가는 “저작자(작자)가 본인 작품을 NFT화해 판매하는 것은 문제 될 게 없다”면서 “그러나 남의 작품을 NFT화하는 경우라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NFT 저작권 관련 제도가 아직 없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무권리자에 의한 저작권 침해 주의해야
이중섭·김환기·박수근 작가 작품의 NFT 경매 논란에서 보듯이 NFT 거래에 따른 저작권 이슈는 우선 복제권과 전송권 침해에 있다.
오프라인 미술 작품을 민팅을 위해 디지털화할 때 저작권자가 아니라면 복제권을 침해하게 된다. 디지털화한 저작물을 마켓플레이스에 업로드하는 경우라면 전송권 침해에 해당한다. 작가명을 타인으로 기재해 판매한다면 저작인격권 침해가 발생한다.
권리가 없는 무권리자의 민팅 과정에서는 이처럼 저작권 침해 요소가 상당하다. 문제는 다른 작품을 민팅하는 과정이 상당히 간단하고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타인의 저작물을 민팅하는 게 가능하다. 이를 모르고 산 구매자까지 저작권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저작물 보호기간이 끝나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저작물을 NFT화해 판매하는 경우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누구나 이용 가능한 저작물을 수익을 얻는 데 이용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아트 유지엄'이라는 단체는 암스테르담 국립미술박물관 등의 16세기 유명 그림 등을 NFT화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NFT화 과정에서 검증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처럼 무권리자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침해 우려 때문이다.
전재림 한국저작권위원회 연구원은 “NFT화 과정에서 법정 추정력을 두고 있는 저작권 등록제도를 통해 최소한의 검증을 할 수 있다”며 “저작권 등록제도는 저작자가 창작물을 등록하고 양도가 이뤄질 경우 등을 비롯해 기본적인 검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법에 없는 추급권, NFT는 사용 논란
NFT 확산에 따른 저작권 논란 중 하나는 '추급권'이다.
NFT는 재판매할 때마다 재판매금의 일정 로열티를 원판매자(저작권자)에게 지급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미술작품 소유자가 바뀔 때마다 오른 가격의 일부분을 권리자에게 지급하는 추급권과 같은 개념이다
국내에는 추급권이 도입되지 않았다. 10년 전에 논의는 됐지만 미술 시장이 불투명하다는 점, 투명한 미술품 가격 공개가 오히려 미술품 양도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도입이 불발됐다.
하지만 권리자들 중에는 여전히 추급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문화체육관광부 시각예술디자인과에서 '미술진흥법(가칭)'을 준비하면서 다시 제도화 가능성이 생겼지만 일부 미술관 등 반대 여론도 많아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전 연구원은 “추급권은 법에 없는데 NFT에서는 실질적으로 도입이 된 상황”이라며 “미술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 저작물까지도 연관이 되기 때문에 논란이 첨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추급권 논란 외에도 메타데이터만 기록된 NFT는 후에 저작물이 사라지거나 링크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잠재적 문제를 내포했다.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영속성이 없는 자산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 관계자는 “NFT 확산에 따른 저작권 논란에 대응하려면 검증절차를 도입하는 동시에 민간 NFT 거래소에 대한 권리도 필요하다”면서 “저작권 신탁단체에 관리를 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